'크라쿠프에 오시면 택시를 타세요'

[ 땅끝에서온편지 ] < 7 >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택시이야기 폴란드 김상칠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4월 15일(목) 11:07
크라쿠프에는 15개의 택시 회사가 있다. 흔히 라디오 택시라고 부르는데 이 택시회사 제도가 우리나라하고는 조금 다르다. 말하자면 개인택시와 회사의 합작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택시운전을 하려면 영업용 운전을 할 수 있는 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되는데, 이 때의 건강검진은 무척 까다롭게 진행된다. 그리고 기본으로 자기가 운전할 차량을 구입해야 한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를 구입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폴로네이즈(폴란드 생산 차)나 피아트를 구입한다. 그리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회사와 계약을 하면 즉시 운행할 수 있다. 이곳의 택시는 모두 차안에 무선 장치가 되어있어서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회사에서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차량을 호출해 보내준다.

   
▲ 다양한 서비스로 사랑받는 크라쿠프의 택시.

처음 이곳에 와서 이해 하지 못했던 것은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이 힘들었는데 이유는 모두 전화를 받고 다니는 콜택시였고 아주 적은 수의 택시만 도시에서 지정되어 있는 택시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타거나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탈 경우에는 미터기에 표시된 요금을 모두 지불해야 되지만 콜택시를 타는 경우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10%에서 30%까지 할인을 해준다. 할인율의 적용도 시(市)에서 관할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우리하고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어떻게 콜택시가 훨씬 저렴하냐는 질문에 우문현답 격으로 답한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콜택시는 예약제이므로 기사들이 거리나 정류장에서는 호객을 하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기억하여 이용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란다. 그리고 택시를 타면 회사의 전화번호와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카드를 하나씩 주는데 이것을 이곳에서는 '아보나멘트 카드'라고 부른다. 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다음에 택시 정류장에서 탈 경우에도 콜택시와 동일하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유학생들은 이러한 할인카드를 수첩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아예 명함꽂이를 사서 명함같이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도 한 것이 20여 장이나 되니까….(아쉽게도 이 제도는 얼마 전 대부분 사라졌다)

택시 영업자가 회사하고의 계약을 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무선 연락망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매달 지불하는 사납금(?)은 2백즈워티(한화로 8만원이 안된다)이다. 사납금을 포함한 한 달의 모든 경비는(세금, 보험, 수수료 등) 1천2백즈워티 정도이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천5백~4천즈워티 정도이며, 영업시간은 따로 정해진 것 없이 건강이 허락된다면 한 달 내내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략 20~25일 정도 일한다고 한다.

이러한 택시가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가 몇가지 있는데, 첫째, 이들은 고객에게 절대로 서두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음악회나 오페라에 갈 경우 택시를 부르면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는 시간까지 여유 있게 대문에서 기다린다. 15분 정도는 기본이며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팁을 주면 만족해한다.

둘째, 멀리 있는 이웃에게 물건을 보낼 경우 택시를 부르고 주소를 적어주면 택배까지 한다. 추가요금 없이 미터기에 나오는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친절하다고 생각될 때는 역시 작은 팁을 주는 정도이다.

셋째, 맞벌이 부모가 어린아이들을 등하교 시킬 때에도 택시 기사에게 부탁을 하면 아무런 염려가 없다. 그리고 늦은 밤에 여성들이 택시를 이용할 경우 회사에 전화를 하면 도착지의 고객 주소로 어떤 택시가 갔다는 기록이 컴퓨터에 남아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만약 이러한 일로 승객에게 문제를 일으킬 경우에는 택시 기사는 생계에 큰 지장을 받는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할 경우 이러한 문제의 기록이 따라가며 문제가 큰 경우에 연금마저 중단되기 때문에 엄청난 불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넷째, 시간이 없어서 시장에 갈 수 없을 경우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택시 기사와 직접통화를 하고, 가게에 들러서 빵과 과일 그리고 음료수 서너 병을 사고, 다음에 약국에 가서 아스피린을 1통, 건너편 통닭집에서 통닭 한 마리를 부탁해 보자. 부탁을 받은 기사는 정확하게 영수증을 첨부해 가지고 온다. 요금은 역시 택시가 일을 보며 운행한 미터기의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그 외에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경우에는 택시비용을 식당과 고객이 절반씩 부담해 배달까지 해준다. 이러한 택시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 크라쿠프의 택시는 이곳 시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도우미들이다. 아직도 크라쿠프 사람들에게 택시 기사는 예전의 마부의 개념이 더 짙게 남아있다. 그리고 시내 광장에는 여전히 마차와 택시가 공존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크라쿠프에 오시면 택시를 이용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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