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열 번째 열매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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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15일(목) 10:11
   

▲ 박준서
경인여대 총장

유대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어느 나라에 백성들이 너무 거짓말을 많이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서로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문제로 골치를 앓던 왕은 극약처방을 선포했다. 거짓말하는 자가 잡히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하던 한 사람이 붙잡혀서 왕앞에 끌려왔다.

그는 왕에게 죽기전 마지막 소원이 있다고 말했다.  "왕이시여! 제가 비방(秘方)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왕께 그것을 알려 드리고 죽겠습니다." 궁금해서 왕이 물었다. "그 비방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죄인이 대답했다. "저는 과일나무 씨를 갖고 있습니다. 이 씨는 보통 나무 씨가 아닙니다. 이 씨를 심기만 하면, 바로 다음날 나무가 크게 자라 과실을 맺습니다." 죄인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 나무의 과실은 보통 과실이 아니라, 황금과실입니다. 황금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신비한 나무의 씨입니다. 이것을 왕에게 바치고 죽겠습니다." 왕은 이런 신기한 것이 있나 하고 기뻐 받았다. 그러자 죄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꼭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씨는 정직한 사람이 심어야 합니다. 거짓말 한 일이 있는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심으면 황금열매가 맺히지를 않습니다. 저도 황금열매가 탐은 나지만, 거짓말한 죄인이라, 제가 심으면 황금열매가 열리지를 않습니다. 왕이시어! 왕께서 이 씨를 심으셔서 많은 황금열매를 거두시옵소서."

왕이 씨를 받고 보니 난감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씨를 심어서 황금열매가 맺히지 않으면 만천하에 왕이 거짓말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거짓말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처한다고 공표하지 않았는가!

곤경에 빠진 왕은 점잖게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왕이 어떻게 땅에 씨를 심겠는가?"하면서 옆에 있는 대신에게 그 씨를 넘겼다. 씨를 받은 대신은 "아이고, 저는 사양하겠습니다"하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그 씨는 이 대신에서 저 대신으로, 이 시종에서 저 시종으로 옮겨다니기를 할뿐, 아무도 그 씨를 받아서 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마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점점 불신 사회로 되어간다. 지위고하를 떠나 사람들의 말을 도통 믿기 어렵고, 부정직이 판을 치고 있는 것같다. 금번 서해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만 하더라도 온갖 추측과 루머가 떠도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이리라.

부정직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크기스찬과 불신자를 구별하는 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말과 행동에 있어서 진실성이 있는 '정직함'을 우선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크리스찬은 인구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수적으로는 소수이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크리스찬들은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찬들이 그런 평가를 받고 있을까?

세상에서 부정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정도를 걷는 사람은 손해보기가 십상이다. 눈앞에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오히려 귀중한 큰 것을 잃는 것을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한다. 크리스찬으로서 세상의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신앙의 원칙을 버리고,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닐수 없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기 때문에 손해 본것이 있다면 충분히 보상해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어떤 목사님의 재미있는 한자풀이가 기억된다. 정직하게 살기 때문에 열개를 손해 보았다면, 하나님은 손해본 열개(十)위에 하나를 보태주신다. 그래서 열(十)이 천(千)이 되게 하신다. 손해 본 것을 천배로 갚아주신다는 말이다.

사실, 세속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힘과 용기를 주시고 도와주셔야 한다. 사도바울은 갈라디아서 5장에서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말씀했다. '정직'은 성령의 열번째 열매가 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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