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의 삶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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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08일(목) 09:54
   
▲ 이 형 규
효성교회 장로ㆍ
장신대 이사
"사람들은 나를 용서의 영웅이라 하지만 난 그저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따라 살았을 뿐입니다. 아버지를 죽인 와오다니 원주민은 원수가 아니라 친구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주지만 용서받은 사람은 용서를 줍니다."

이 말은 생생한 복음의 현장을 서술한 '창끝'의 저자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가 지난 사순절 기간에 한국교회에 와서 전해 준 내용이다. 미국 명문 휘튼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에콰도르 아마존 정글 와오다니 족에게 복음을 전하러 간 젊고 유망한 다섯 명의 선교사 네이트 세인트, 짐 엘리엇, 피트 플레밍, 에드 맥컬리, 로저 유데리안의 순교 실화를 네이트 세인트의 아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의 시선으로 그려 낸 것이 '창끝'의 내용이다.

'창끝'은 미국 틴데일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40만 권이 판매되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1천3백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됨으로 주말 박스 오피스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인도에서 개봉되어 1위를 차지함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화해와 용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 그는 지난 사순절에 간증 집회를 통해 한국교회에 진한 감동과 도전을 주었다. 그의 집회를 주선하고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는데 그중에 몇 가지만 간단히 나누려고 한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의 책을 읽고 또, 그와 며칠간 동행하면서 느낀 점은 그가 위대한 부모와 신앙의 선배들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에콰도르에서 와오다니 족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후 그의 어머니와 고모가 보여준 위대한 신앙, 함께 순교한 아버지 동료들의 유가족이 보여준 신앙의 모습 역시 스티브의 신앙적 세계관을 굳게 해준 큰 힘이 되었다. 아버지가 없는데도 매일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아버지를 죽인 와오다니 부족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 또 죽은 동생(스티브의 아버지)보다도 동생을 죽인 와오다니 부족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라헬 고모의 모습을 통해서 '나도 원수를 이렇게 대해야 하는구나'하고 원수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용서와 은혜의 복음이 대를 잇고 실천되길 원한다고 하면서 자녀들에게도 대를 이어 사랑과 용서를 전하고 싶어 아들의 이름도 민카예(아버지를 죽인 사람의 이름), 손자의 이름도 민카예라고 지었다.

그의 간증을 들으면서 신앙의 가정, 특히 우리가 매일 드리는 가정예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스티브 선교사에게서 느낀 또 한 가지는 그가 위대한 선교사라는 사실이다.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프랑스어, 와오다니 어 등 6개 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그는 가장 낮은 곳, 힘든 곳에서 현지인과 하나 되어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치유하는 선교사가 되길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교제의 달인으로 재치가 넘치며 누구를 만나든 한결같은 친절한 태도와 미소로서 손을 내미는 훌륭한 선교사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한편 그는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한국 교회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도 미국 교회와 너무 닮아 우려가 된다고도 했다.

"미국 교회는 선교지에 새우를 주는 대신 양념을 뿌린 새우 빵을 주었습니다. 당부하기는 한국 교회가 이 같은 방식을 따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가 아니라 순전한 복음을 전하십시오." 특히 원주민 선교와 관련하여 일방적 도움과 지원보다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국 교회가 '주는 선교, 지배하는 선교, 머무르는 선교'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 아이텍(I-TEC)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원주민 교회의 자립을 돕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등 여러 집회에서 그의 간증을 듣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큰 은혜를 받았다.  세계 여러 지역을 다녀 본 그였지만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그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양화진 선교사 묘지를 방문했을 때이다. 언더우드, 베어드 선교사 등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 앞에서 그들의 생애와 선교에 대해 듣고 순교자의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기서 '한국 교회의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예수님의 고난과 대속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순절에 용서와 화해의 상징으로 우리 한국 교회에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가르쳐주는 산증인인 위대한 선교사와의 만남을 기억하면서 오늘을 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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