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회복지사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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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25일(목) 11:04
김진선 / 밥상공동체 사무국장

사람들에게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사회복지를 왜 하십니까? 사회복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도대체 사회복지란 무엇입니까? 사회복지를 하는 일이 즐거우십니까? 등.  때론 같은 질문에도 이런 답 저런 답이 나오는걸 보면 분명 정답은 없는 듯 하다.이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은 "사회복지를 하는 것이 즐거우십니까"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10년 가까이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답을 하는데 한번도 망설여본 적이 없다. 물론 항상 내가 하는 대답은 "예스(Yes)"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주 변한다. 때로는 직업적으로 하는 일인데도 항상 칭찬과 수고, 감사의 말이 뒤따른다는 것, 어떤 직장에서도 맛보기 힘든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성취감과 만족감 등등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직업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것들이 얻는 것들의 무게보다 크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다.

그런데 내가 밥상공동체와 함께하면서 배우고 있는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하지만 사회복지사업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업'이라는 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사회복지가 사업으로 가면 때론 더 큰 가치를 놓치고 갈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다.

사회복지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 한 목사님께서 비가 내리는 궂은날이 되면 몸이 아프다고 하신다. 노숙인들이 이 비에 밖에서 비를 맞고 노숙할 생각을 하니 그냥 마음이 찡한게 아니라 실제로 몸이 아프시다는거다. 오랫동안 사회복지를 하며 즐겁다고 대답해온 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가슴은 뜨겁게 하지만 머리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것이 사회복지의 정석이라고 생각해 왔다. 클라이언트와 동화되어서 그사람과 같이 되어버리면 이성적인 평가, 진단, 그리고 그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보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상대에 대해 편견을 갖을 수 있을 만한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짧지않은 시간동안 사회복지를 하면서 "인간이 과연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편견이란 것도 결국은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해서 나온 결과치이니 편견이 없으려면 경험한 것도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결국 내가 나의 오만한 편견에서 나의 클라이언트를 지켜낼 수 있는 원동력은 그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밖에는 없다. 그들은 항상 나의 편견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상황에 서 있고 나는 그런 나의 편견과 싸워서 이겨야만 비로서 이성적인 접근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편견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성을 놓아버릴 수 있는 애정과 사랑을 필요로 했다. 어쩌면 절대적인 애정과 동화가 결국 가장 이성적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순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냉정한 머리를 요구하는 사회복지사업이 아닌 애정과 동화됨을 배우는 과정에 있다.

그동안 내가 이들에게 애정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보다 큰 애정, 보다 완벽한 동화됨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얼마전 한 대학교의 교내신문기자들과 인터뷰를 한적이 있다. 그 질문중에 "사회복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빠진 동그라미 이야기를 했다. 사회는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이빠진 동그라미이다. 누구는 원에 가까울수도 있고 누구는 빠진 조각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완벽하지는 않다. 서로가 서로의 빠진 조각을 채워줄 수 있는 것, 그게 '사회복지'가 아닐까.
내 조각이 크고 네 조각이 작다고 큰조각을 가진 이는 잘 나고, 작은 조각을 가진 이는 못난 것이 아니다.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그렇게 서로를 채워주는 것이다. 그러니 작은 조각의 나의 클라이언트들도 모두 소중하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그들이 그들의 동그라미를 완성할 수 있는 힘을 믿고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그들의 동그라미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나는 그들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함께하는 나는 그들의 사회복지사다. 그리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나는 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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