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달성 뒤의 '두통'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3월 24일(수) 09:31
아이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총회 사회봉사부의 모금액이 33억을 넘어서며 단일 자연재해 구호 사상 최고 모금액을 기록했다. 액수도 액수지만 2천6백 곳이 넘는 교회가 참여했다는 점은 이번 아이티 지진 피해구호에 관한 본교단 산하 교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지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계 안팎에서도 본교단 교회의 적극적 참여에 대해 '교단의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신앙정체성이 건강해진 증거',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에 희망을 주는 상징적 징표' 등의 평가를 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18일 열린 사회봉사부 실행위원회에서는 이번 구호 모금 대성공의 공신인 사회봉사부 직원들과 한국교회에 칭찬과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잔치 분위기 속에서도 실무자들과 실행위원들은 한가닥 염려를 지우지 못했다.
 
33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금됐지만 실행위원회가 열린 지난 18일까지 현지에 지원된 금액은 19만5천 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3개월 동안 75만 불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고 자체적으로 선교센터를 세울 계획도 가지고 있지만 모금된 금액에 비해 지원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일부의 시선을 걱정하는 몇몇 실행위원들은 교회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모금된 금액을 보다 빨리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무자들도 이런 '소화불량의 상태'가 답답하기만 하다. 억 단위의 엄청난 돈을 지원 받고 합목적적으로 사용할만한 능력이 있는 현지 기관이나 교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서두르다보면 자칫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품이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 모금액 달성이라는 기록 뒤에서 남모르게 앓고 있는 본교단의 '두통'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