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과 교회의 과제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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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23일(화) 17:29

김길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반인륜적 범죄의 희생양이 된 어린 영혼이 남긴 성경책 위의 안경은 신앙인들에게는 더욱 큰 안타까움과 아픔을 안겨 주었다. 강호순이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사이코패스라는 생소한 용어를 우리 귀에 익숙하게 하였다면, 김길태는 사회부적응자들에 대한 부정적 관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김길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미디어는 김길태의 출생과 성장 교육 과정을 추적하며 결국 사회적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였다. 또 다른 미디어는 김길태의 범행이 이루어졌던 재개발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사건의 배경 원인으로 강조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온라인에서는 주류 언론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던 범인검거에 대한 정치적인 시각에서의 음모론에 이어 드디어는 '김길태 팬 카페' 마저 등장한 형편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병리적 상황이 이러한 비극적 사건 앞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에 이제 우리의 마음을 함께 보듬어 나가야 할 때이다.

이 사건의 초점을 개인의 출생 및 성장 환경에 맞춘다면 우리는 가정과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된다. 한 생명의 탄생은 부부 사랑의 열매요 축복이자 곧 책임을 뜻한다. 그러므로 부모된 이들의 한 생명에 대한 양육 책임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김길태의 범죄는 예견된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책임적인 부모 밑에서 양육 받지 못하고, 온전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결과를 낳게 될까 적이 염려된다. 또한 이제 모처럼 뿌리 내리기 시작한 입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을 다시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되는 바 크다. 버려진 김길태가 불쌍하여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도 그를 입양하여 양육한 어버이들의 사랑과 노력이 오늘의 사건으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님이 그토록 기회를 주었던 가룟 유다도 결국은 예수님을 배반하였던 십자가의 사건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김길태의 오늘이 양부모의 입양과 교육의 결과이자 책임이라는 식의 논리는 공정하지 않다. 결국 자기 자신이 환경을 해석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는 책임의 주체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재개발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이번 사건의 주요한 배경으로 지적하는 매체들의 논점은 용산에서의 비극을 상기시키면서 도시개발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워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범죄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개선이 우리 사회의 우선적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케도 하였다. 그러나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한 강조는 자칫 정부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는 나머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시민들의 책임과 가족의 역할에 대하여서는 간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하여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다양한 음모론은 기존매체들이 다루지 못하고, 또한 다룰 수 없는 다양한 소수의 의견들을 표출한다는 면에서 나름대로의 대안적 소통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주류 언론들의 시각이 사실 전체를 포괄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한 다양한 의견개진은 사회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자기 표현과 자기 책임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동반되어야 할 과제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칫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의견개진과 유포는 의도성을 띈 획일적 여론 조성만큼 반사회적이며 파괴적인 사회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에 바탕한 활발한 의사소통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서의 책임과 가정의 건설적 역할을 담보하는 가정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또한 반사회적인 성향도 억제되며, 오히려 사회와 융합될 수 있는 포용적 사회구조와 문화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가정에서부터, 지역사회 안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21세기 한국교회는 건강한 가정세우기와 지역사회 세우기의 구심점이자 섬김이로서의 역할을 다하여 다시는 이 양과 같은 우리 딸의 희생과 김길태와 같은 불행한 아들이 생기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임성빈/장신대 교수ㆍ기윤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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