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성폭행 당한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상심녀

[ 연재 ] 이윤주원장의 상담 Q&A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23일(화) 17:17

Q : 과연 저의 과거가 드러나는것이 제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다가 수시로 밀려드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불안감,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반감을 견딜 수 없어서 도움을 청합니다. 저는 현재 30세의 독신여성이며 11세때 이웃의 아는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일 이후 저희 가정은 이사를 했으며 가족중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그 친척도 이미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저만의 비밀로 간직하며 살아왔는데 혼기가 차서 자꾸 선을 보는데 남자만 보면 두렵고 호감을 가지고 다가서는 상대가 생기면 어릴때의 일이 생각나서 불안발작이 일어 납니다. 그래서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더이상 관계가 발전되지 않도록 끊어 버립니다. 부모님은 사정도 모르시고 계속 혼처를 알아보느라고 애를 쓰십니다. 사실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고 이대로 결혼할 수도 없어서 너무 괴롭습니다. 도와 주세요.(상심녀 드림)

 

A :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 오신 것 같습니다. 조용히 마음 속에 퍼진 암세포처럼 어릴 때의 정신적 충격이 지금 온 마음과 삶을 파괴하고 있군요. 혼자 가슴에 담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아무에게도 진실을 말하거나 놀라고 무서웠던 감정을 나누지 못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계속 숨기다보니 이제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기가 진실을 직면해서 어릴 때의 상처를 씻고 미래를 위해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성폭행피해자를 세 가지로 나누어서 이해하는데 성폭력 직후에 나타나는 두려움, 분노, 불안, 안절부절 등 안전과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신감 등은 의학적 법적 접근과 함께 충분히 당시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토로하게 하고 미래 안전에 대한 확신과 보장을 줌으로 많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2~3주후부터 악몽이라든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 등이 엄습할 수 있는데 밤에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밖에 나가기를 피하며 사회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미 일어난 일을 부인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의심하며 거부하는 영적인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본인의 감정을 논리로 설득하거나 진리로 설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며 공감하는 가운데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옆에 있어주고 비판적인 태도로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정신증이 올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자살이나 술과 마약 등 약물중독으로 빠질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위의 두 단계를 무사히 거쳐서 오늘까지 견뎌왔는지 매우 놀랍습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말없이 조용히 어릴적 경험을 아무에게도 토로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서 심한 정신적 부담감과 불안, 공포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두려움과 소외감을 느끼며 이성관계를 회피하는 단계를 '침묵의 반응'(silent rape reaction)이라고 합니다. 이 단계에서 해야 할 과제는 잃어버린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미 더럽혀졌다는 자의식과 어릴 때의 고통스러웠던 성경험을 전문적인 상담가와 함께 풀어 나가기를 권합니다. 성폭행은 신체적인 상처와 함께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가장 은밀하고 개인적인(private) 부분입니다. 성경험은 인간의 정신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의 중요 요소가 됩니다. 성에 대한 바른 인식과 건강한 감정은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것 입니다. 필요시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으십시요. 부모님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가족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할 것 입니다.

인자하고 부드러우며 이해심이 많은 믿을만한 분을 찾아 보십시오. 자신의 깊은 내면의 수치심을 얘기할 때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이면 좋겠습니다. 자기생각으로 급한 결론을 내리거나 그때의 상황을 현재의 입장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분은 피하십시오.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용서하심과 깨끗게하심을 경험하신 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하나님 안에서 오랫동안 마음의 비밀로 어두움에 숨어 있었던 고통이 빛의 경험으로 변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신과전문의ㆍ세이페병원장, 총회 목회상담지원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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