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 연재 ] 사도바울행전I.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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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7일(수) 17:00
   
▲ 예루살렘 시온산의 '계명(닭의 울음)'교회.


청년 바울의 스승 가말리엘은 유대교 신학자 힐렐(주전 60쯤~주후 20년)의 손자로서, 힐렐 학파의 후계자였다. 힐렐은 유대교를 단지 유대인만의 종교가 되게 하려고 하는 좁다란 생각에 반대하여,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도 유대교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유로운 입장의 사람이었다.

바울도 스승 가말리엘을 통하여 그 사상과 만났을 것이며, 율법 해석 문제로 적지 않은 내면의 갈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 예수의 복음을 온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방인의 사도가 되는 데 좋은 준비 과정이 되었을 것이다.

바울은 자기를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라고 정의하였다. 이 경우 '바리새인'은 유대교도 중 엘리트층을 가리킨다. 예수께서 바리새인을 호되게 꾸짖으셨기 때문에(마 23장) 우리는 그들을 악한 무리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바리새인은 율법 연구에 열심이었고(성경을 열심히 읽고 묵상하였고), 그 행함에서 흠이 없었으며(성경 말씀대로 살았으며),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말과 행함이 일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유대교의 순수성을 존중하였고, 다른 문화에 물든 유대 민족의 타락을 비난하였으며, 로마의 지배에 항거하는 애국자들이었다. 당시 바리새인의 수는 약 6천 명이었으나, 그 영향은 대단하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하나님 나라에 두 사람이 들어가게 된다면 그 중 한 명은 바리새인일 것이다."

그러나 바리새인에게는 종교인으로서 큰 흠집이 있었기 때문에 주 예수께서 그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하시며,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하고 호되게 꾸짖으셨다.

'바리새(pharisai)'라는 말은 원래 '분리한다'는 뜻인 히브리어 파라슈(parash)에서 유래하였다. 즉, 그들은 순수주의자로서, 헬레니즘 문화와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자기들을 구별하여 분리하였다.

그 동기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서 독선과 배타의 정신이 생겨나게 되었다. 주 예수께서 가장 비난한 것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눅 18:9) 바리새주의였다.

인간은 자기가 어떤 숭고한 목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을 때에는 그 속에 빠져들어 자기의 흠은 좀처럼 깨닫지 못하게 마련이다. 사람들로부터 분리되어 소수 집단이 될수록 더욱 더 자기들의 삶이 순수하고 올바르다고 착각하게 된다.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인 청년 바울은 기독교에 회심한 후에는 철저한 율법주의 부정을 주장하였다. 달리 말해서 바울은 바리새인이었기 때문에 초대 교회 속에서 유대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을 빠른 감각으로 꿰뚫어볼 수 있었다.

청년 바울은 바리새파였기 때문에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회심한 후에는 기독교가 간직하고 있는 진리를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체계를 세워 신학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이상의 사실들과 관련하여 당시 바리새인들의 본업, 곧 백성들을 가르치고 민사 소송을 재판하는 일은 보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생활을 위하여 직업을 가져야 했다. 청년 바울도 천막을 만드는 일로 생활 문제를 해결하면서, 율법을 공부하고 또 백성들에게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청년 바울의 내심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김희보/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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