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표절

[ 기자수첩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0년 03월 17일(수) 09:33
얼마 전 출입처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주최한 행사와 관련된 본보 보도 내용에 대해 "기사 잘 봤다"는 인사와 함께, "다른 교계 언론에서는 어떻게 다뤘나 살펴보다 기독공보 기사와 흡사한 A신문의 기사를 발견했다. 특히 기독공보하고만 나눈 이야기도 실렸다"고 알려왔다.
 
'흡사하다'고 지적한 그 기사를 확인해봤다. 일단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취재 현장에 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관계자가 본보에게만 전했다는 단독 취재 내용이 출처 없이 게재된 것은 물론 심지어는 기사에서 표현한 단어들까지 동일했다.
 
취재 현장에서 표면적으로 보여진 부분이 유사하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모두가 똑같이 보고 들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하지도 않은 내용을 자신의 문장으로 살짝 바꿔가며 교묘하게 표절해 기사화하는 것은 타인의 '지적 재산'을 가로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교계 언론 현장에서는 오랜 관행이다. 버려야 할 악습이기도 하다. 교계 언론사들이 인터넷에 기사를 실시간으로 올리면서부터는 '교묘한 표절'이 더욱 늘었다.
 
기사는 '지적 재산'이다.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정확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발로 뛰고 땀 흘리며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기사 표절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교회 문화를 연구하는 한 인사는 "표절하는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를 아무도 안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일부 교계 언론사들은 표절 부분에 대해 정화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를 두고 '문서선교 사역자'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찌보면 감사한 표현이다. 그러나 그러한 표현 뒤에는 복음을 다루면서 투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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