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 아닌 '주님의 양'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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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09일(화) 17:56


35년간 목회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강대상에서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주일 여자 집사님들이 믿지 않는 남편들을 전도하여 6명의 새신자가 예배를 드리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성전은 좁고 예배실은 거의 다 찬 상태여서 안내위원들이 여자 집사님들과 새로 나온 남편들을 여기저기 비는 자리에 따로 따로 앉게 했다. 그러다보니 교회에 처음 나온 남편들이 예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 불안해하고 예배에 집중하지 못해 자꾸 딴 짓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리가 없다고 해도 교회 처음 온 남편들이 아내와 떨어져 앉으면 예배에 적응 못하는 것은 당연하겠다 싶어서 제대로 자리 배석을 하지 못한 안내위원들에게 예배 시간 내내 마음이 언짢아 있었다. 그래서 말씀이 끝나고 광고 시간에 안내 위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문득 주님이 부르시는구나 싶어서 무릎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임 목사, 너 오늘 낮에 무슨 일을 했는가?" "예배를 인도했죠."
"그 다음엔?" "생명의 말씀을 전했죠." "그 다음엔?" "안내위원들이 하도 안내를 제대로 못해서 야단을 좀 쳤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누구 양이냐?" "물론, 주님의 양이죠." 그러자 다시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내 양이 일주일 동안 세상에 나가서 찢기고 상처 입은 상태로 내게로 오면 말씀의 양약을 발라서 치료하고 세상에 다시 보내야 되는데, 네가 내 양을 내 집에서 그렇게 야단을 치면 내 양은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그 말씀을 듣고 그 날 예배시간에 회중들 앞에서 안내위원들을 나무란 것에 큰 찔림이 오게 되었다. 또한 목회자의 본분이 무엇인가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대로 교회 성도들은 나의 양떼가 아니라 하나님의 양들인데 마치 내 양인 양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드러내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목회란 나의 일이 아닌, 하나님의 일임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 날 안내위원들에게 감정 섞인 소리를 한 것을 하나님 앞에 회개하였고 다시는 그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서원했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강대상 앞에서 감정을 앞세우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은 나의 목회에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목회를 하다보면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기에 감정의 기준이 목회자 자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항상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목회를 해야 할 것이다.

목회자는 부름받은 일꾼으로서 맡겨주신 교회를 사랑으로 섬기는 청지기적 사명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참다운 목회일 것이다. 늘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목회자로 서길 오늘도 다짐해 본다.

임은빈
목사 ㆍ 동부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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