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누가 도와줄까요?"

[ Book ]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 펴낸 방송작가 정화영씨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09일(화) 14:29

'아이티'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제 대참사, 거리에 널부러진 시체들, 약탈과 폭동 등을 떠올린다. 불과 몇달전만 해도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나라 아이티는 참 많이 유명(?)해졌다. 여기저기서 아이티를 돕자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지진 외에 아는 것이 없다. 아직도 우리는 아이티를 잘 모른다.

이런 아이티를 꼼꼼히 소개한 책이 나왔다.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정화영지음/강같은평화).' 저자는 14년차 휴먼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다.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는 에세이에 가깝지만 지난해 여름 한달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아이티 정보가 가득한 것이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작가가 6천컷의 사진으로 담아낸 아이티는 지진 후 보도된 온통 회색빛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수익금 일부는 아이티 후원금으로 쓰일 예정.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소재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났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지난해 7-8월 한달간 아이티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일상을 기록한 정화영작가.

1. 아이티엔 어떻게 가게 됐는지?
아이티에 다녀온 선배 PD의 촬영 영상에서 처음 보게 됐다. 거리는 처참했고 사람들은 고통스러워 보였는데 열심히 통역을 하고 있는 백삼숙목사(사랑의집)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60대 한국인 할머니가 현지 고아들을 키우며 선교하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였다. 지난해 5월 방송작가로서 삶을 잠시 내려놓고 기도했을 때 이미 내 마음은 아이티를 향하고 있었다.

2.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
아이티를 알리고 싶었다. 검색해보니 온통 IT 관련 도서들 뿐이었다. 출국하기 전에 몇몇 출판사에 계획서를 보내놓고 무작정 아이티로 떠났다. 이 일을 위한 기도가 쌓여 있고 이미 몇사람이 오려고 했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돌아오자마자 원고를 써서 지난해 11월에 마감했다.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내용은 아이티 정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받았고 현지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3. 지진소식을 접했을 때 심정은?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3일간 현지와 연락이 두절됐고 내가 어떻게 지냈었는지 모르겠다. 5일이 지나서야 아이티 가족들의 생존소식을 듣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름도 모르는 최빈국으로 간다고 독특하게 생각했던 주위 사람들이 이제는 '네가 간 나라가 아이티였구나'라고 말한다.

   
▲ 최빈국 아이티, 그곳에서도 할렘가 시테솔레이에서만 볼 수 있다는 진흙쿠키.
4. 카메라때문에 크게 곤혹을 치루셨다고 들었는데….
임금문제로 시위중인 공단을 지나며 사진을 찍는데 한 사람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니 갑자기 달려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명이 카메라를 뺏으려고 달려들어서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순간 이대로 밟혀 죽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무사했지만 나중에 기도하는데 오랜 내전과 궁핍의 역사에 지친 그들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엉엉 울었다.

5.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아이티를 빈곤의 나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곳의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지, 청년들이 얼마나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지, 화려한 원색의 그림을 그리며 얼마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지….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국제사회가 아이티를 돕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마음이 모여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서해안 살리기에서 보여줬던 연합의 경험을 토양삼아 장기적, 체계적으로 아이티를 지원해줬으면 한다. 젊은 아이티 목회자들의 훈련에 대한 갈급함이 크다. 태안처럼 직접 달려가 기름을 거둬줄 수 없는 만큼 현지 사역을 돕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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