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찌에(Grazie), 한국교회"

[ 인터뷰 ] 이태리 침례교 총회장 안나 마페이목사 방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09일(화) 13:33
   
▲ 안나 마페이(Anna Maffei)목사. 전날 방문한 교회에서 선물로 받은 브로치를 달고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사진 임성국기자
구교의 나라 이태리의 한 개신교 지도자가 지난 6일 한국을 찾았다. 8일 기자와 만난 이태리 침례교 총회장 안나 마페이(Anna Maffei)목사는 첫 한국나들이에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가슴에는 전날 방문한 교회에서 받았다는 (십자가와 산 모양이 어우러진)브로치가 변화에 대한 그의 열망을 대변하듯 인터뷰 내내 반짝 거렸다. 가톨릭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이태리 개신교는 현재 3개 교파의 총회장이 여성이다. 그 역시 첫 여성 총회장이자 침례교 첫 여성목사, 부부목사다.

안나 마페이목사는 "나도 이태리 사람이지만 이태리는 점점 기울어 가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는 로마 시대에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로만 가톨릭'의 이미지가 뚜렷한 이태리에서 개신교의 교세는 미약한 수준이다. 약 5천만의 전체 인구 중 2만5천명이 오순절파를 제외한 정통 개신교로 이중 침례교도는 4천여 명, 교회는 1백20여 개, 교역자는 30여 명이라고. "우리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달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최근 이태리 이주민이 5백만을 넘어선 것을 언급하며 그는 "함께 살아가는 다국적 교회들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개신교의 역량이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하나의 교회'의 색깔이 짙은 구교에 비해 각계전투를 하고 있는 격이라는 것. 그러나 그는 한국교회 이민자들에게선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색다른 느낌에 이끌려 온 그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한국교회가 미국식 대형교회의 세속화된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귄위적이기 보단 겸손한 모습의 목회자, 성도들이 성경에 줄을 치며 읽는 모습, 자유로운 청년들이 말씀 앞에 일순간 정돈되는 모습 등은 이태리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라며 한국에서 접한 충격(?)을 전했다.

"아침 7시 예배에 사람이 그렇게 꽉 찰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람들이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참여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등으로 표현하는 그에게 새벽기도에 대한 인상을 묻자, 말이 더 빨라졌다. "매일 처음으로 하는 일이 예배라는 것 자체가 훌륭한 메시지"라며 그는 "감성적으로 한 번하고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 뒤 타문화권 교회에 새벽기도가 정착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 이번 방한 일정에 동행한 전순섭선교사. 안나 마페이목사는 "이런 문화의 중개인이 없었더라면 '외딴 섬'과 같았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고 한국교회와의 협력관계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방한 일정에는 로마 현지의 우르바나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전순섭선교사가 동행했다. 용산 신흥교회 원로 전종근목사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세계 어느 곳의 개신교보다 열악한 이태리 교회를 위해 신학생 교류 등 한국교회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한 뒤 "우리보다 문화적으로 상위에 있는 이태리 선교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나 마페이목사는 명성교회, 영락교회, 상당교회, 장신대, 침신대 등을 방문한 뒤 오는 12일 이태리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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