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다

[ 지금은 다문화사회 ] <지금은 다문화 사회> 국내에 터잡은 외국인 거주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3월 02일(화) 17:33
   
▲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 이주자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외국인 마을이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지역을 다문화 특구로 지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안산이주민센터)

미국 LA의 코리아타운, 일본 신오쿠보역 근처의 한인타운 등과 같이 우리나라 곳곳에도 외국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특정 국가 출신의 외국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대사관, 직장, 학교와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마을이 형성되고 있는 것.
 
서울시는 최근 연남ㆍ연희 '차이나타운', 동부이촌동 '리틀도쿄', 이태원1동, 한남1동, 역삼1동, 서래마을 등 6곳을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하며, 외국인 거주지로 특화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가리봉동의 옌볜거리, 혜화동의 필리핀마을 등도 다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일부 지방자치 단체들은 차이나타운, 독일마을 등을 유치하고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외국인 마을들을 정비하고 나섰다.
 
이러한 외국인 마을들은 외국인 이주자들이 국내 정착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돕고, 그들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국경없는 마을

현재 외국인마을 중 그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안산시 원곡동에 형성된 '국경없는 마을'이다.
 
농경지였던 안산은 최근 20년간 공단이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곳. 수도권 공장이 교외로 이전함에 따라 갯벌지역에 흙을 매립하여 주택지와 공장부지를 형성하고 반월 공단과 도시 주거지역이 형성됐다. 특히, 1990년 이후에는 영세한 반월 공단 공장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맞이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거주하는 도시가 됐다.
 
현재 안산시 원곡본동의 경우 등록한 외국인 수가 3만4천3백76명(올해 1월 기준) 명으로 주민의 70%정도가 외국인이며, 약 18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4백30여 개의 외국인 상점들이 입주해 있으며, 20여 개의 지원단체와 민족 공동체, 종교기관이 이들에 대한 상시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산시 전체 인구(74만 733명)로 따지더라도 시민 12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여기에 미등록자까지 합하면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5만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고 있어 안산시는 말 그대로의 '다문화 도시'다.
 
이러한 다문화의 특수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안산시의 외국인 거주자들은 그동안 사실상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산시는 지난해 5월 다문화 특구로 지정되어 이 일대에 다문화원과 녹지 공원 등이 조성됐다. 이와 함께 세계 전통민속 축제 등 다문화 체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외국인들과 한국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원곡동 중앙로는 '다문화 음식거리'로 단장됐고, 외국인주민센터를 열어 외국인 무료진료센터와 이주민 통역지원센터, 외국인 송금센터, 다문화 작은 도서관, 글로벌 아동센터 등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밀집지역, 과제도 많아

안산시가 다문화특구로 지정됐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내ㆍ외국인 화합. 원곡동 다문화특구 거주 한국인들과 방문자들은 오히려 내국인이 소외를 받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치안 악화, 기초질서 위반, 다국적가정 자녀로 인한 교육환경 수준 하락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문화특구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
 
비록 이러한 문제점 지적이 외국인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안산시가 국내 최대의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법부무가 외국인 단속을 강화하면서 외국인들이 거주가 많은 원곡본동에 출입국단속반의 불법체류자를 검거가 증가해 외국인들이 점차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외국인 마을의 형성은 외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거지는 관광명소로도 개발되는 등 이중의 효과를 보고 있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도 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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