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일본인'은 없다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조후교회'편…<完>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02일(화) 17:05
김병호 / 목사ㆍ일본 선교사

어느 지역이든지 디아스포라교회는 자녀들의 결혼문제가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재일동포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처음 일본 땅을 밟은 25년 전에만 해도 자녀들의 50%는 같은 동포끼리, 50%는 일본인과 결혼했다. 그때는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전국 여전도회 수련회 개회예배가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면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권사님 집사님들이 구석구석에서 자녀들의 사진들을 교환하며 사위감, 며느리감의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재일동포 자녀들의 결혼은 90%이상이 일본인 배우자이다.

   
▲ 필자가 시무하고 있는 동경조후교회 교인들과 야외예배를 드린 후.
같은 동포라 하더라도 민단계와 조총련계가 결혼할 수는 없었고. 영남 출신과 호남 출신의 자녀들이 결혼하는 경우도 심히 드물다. 이런 와중에 기독교인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1세 부모들은 동포 사위, 동포 며느리를 간절히 사모한 나머지 심지어는 조국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이 못살았던 그 때, 한국 사회에서는 고학력에 미모를 갖춘 여성들이 재일동포에게 시집가는 것을 출세하는 것처럼 여겼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동포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옹기종기모여 살던 재일동포들은 세대의 변화와 함께 점점 일본사회로 숨어버리고 그 자녀들의 양상은 더더욱 그렇다.

미주의 경우에는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미주에서 태어난 2세라 하더라도 피부색이 다르니 구별이 되지만, 재일동포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만 사용하고 일본식 이름을 쓰고 일본인 학교를 나오고 일본인 회사에 취직을 하고, 누가 묻지 않으면 그냥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 배우자와 결혼하면서 쉽게 일본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연간 1만 명 정도의 동포들이 일본국적으로 귀화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계 일본인'이라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면 그냥 일본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동화정책이 그러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민족적 자존심이 약하기 때문은 아닐까.

88올림픽, 월드컵, 한류 붐 등을 통해 어느정도 민족적 자존심이 회복되는 것 같지만, 그러한 것보다는 우리 조국이 좀 더 정직하고, 성실하고, 끈기가 있고, 예의와 질서가 있는 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우리 조국이 스포츠나 드라마에만 승부를 걸지 말고 인간 삶의 기초적인 정서에서 일본을 능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재일동포들이 떳떳하게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귀화를 하든, 일본인과 결혼을 하든, 더 많은 한국계 일본인들이 나와서 일본사회에서 그들의 역할을 잘 감당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계 일본인 크리스찬'이면 더 좋겠다.

개신교 선교를 시작할 당시 일본의 5%를 차지하는 최상류층의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 교회는 대중적이지 못하고 지식인들이 다니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전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일본교회도 그들 나름대로 선교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들의 눈에는 좀 느리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한국교회가 일본교회와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서로의 장ㆍ단점을 나눈다면 선교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재일동포 교회는 한국과 일본교회의 중간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협력하고 있다.

 조국교회에 바라기는 조국교회가 좀 더 성숙하고 좋은 훈련된 인재들을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일동포 그리스도인들이 양질(良質)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일본선교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