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잘못, 진심으로 사죄"

[ 인터뷰 ] 제6회 창조문예문학상 수상한 나카야마 나오코시인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02일(화) 14:41
   
▲ 나카야마 나오코시인.
지난 2월 25일 제6회 창조문예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밀알학교 도산홀. 사뭇 비장한 표정의 한 일본 여성이 단상에 올랐다. 시인 나카야마 나오코. 문학상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처음 외국인에게 수여된 상(賞)의 주인공이었다. 희끗한 머리,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줍은 소녀의 미소를 간직한 천상시인의 모습. 그녀의 수상소감은 '감사'에서 시작해 '사죄'와 '다짐'으로 이어졌다.

"저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신 것에 놀랐고 감사드린다", "그동안 여러 편의 제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발표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신 것도 감사하고 제 시를 읽어주시는 한국 독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며 연거푸 감사의 고백을 쏟아낸 그녀의 얼굴에는 큰 기쁨과 감격이 묻어났다.

자신을 '들의 꽃', '공중의 새'처럼 덧없고 작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작은 새들과 꽃들이 햇빛을 받아 노래하듯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시를 쓰게 됐다. 아무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행복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상까지 받게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나카야마시인은 다른 여러 나라 중에 일본인인 자신이 수상자가 됐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고 기대치 않았던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올해로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합한지 1백년이 된 것을 의식한 발언. 그는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도 맹목이 된다"고 전쟁의 책임을 통감한 독일의 바이츠제커대통령을 언급하며 "나중에 태어난 사람도 그 죄를, 과거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수상소감 속에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기도 했다. "저의 조국이 여러분의 나라에게 한 일, 특히 크리스찬 여러분에게 행한 일들을 진심으로 사죄한다. 금년에 일본인인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시고 상을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한 것.

그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과의 사이가 평화로운 가운데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의 한계를 넘어 오만하게 되지 않도록 소원하며 시를 쓰려고 한다"고 시작(詩作)활동의 목적을 밝힌 데 이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모든 나라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943년 동경 출생의 나카야마시인은 요코하마해안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지난 2002년 창조문예 2월호에 '아침' 외 3편의 시를 발표한 이래 '땅에서는 나그네' 외 3편, '새끼 사슴의 꿈' 외 3편 등 기독교 신앙의 시를 발표하며 한국의 독자들을 만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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