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내 안에 계셨다'

[ 나의삶나의신앙 ] 이신수장로 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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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25일(목) 10:19
감사하는 습관을 잊으면서부터 죄는 싹을 틔운다. 원망과 불평이 생기면서 나는 서서히 하나님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1974년 전투기 신기종 도입 기술요원으로 처음 미국땅을 밟았다. 보수적인 신앙에 익숙했던 나는 5개월간 개방된 사회를 접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예수님을 그냥 믿으면 되지 뭐 그리 별나게 믿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고 어느새 체질에 맞지도 않는 술담배를 즐겨하기 시작했다. 담배를 물고 가다가도 십자가가 보이면 뒤로 감추곤 했다. 1982년 결혼직전까지도 나는 그렇게 교회와 세상을 절충하며 살았다. 그러면서도 교회에 완전히 발을 끊지는 않았다. 예배에 빠지면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크게 용기를 내서 빠져봤자 2주를 넘지 못했다. 그렇게 탕자생활을 하면서도 교사로 봉사하며 형식적인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

   
▲ 이탈리아 ALPI사와 업무 협약을 위해 기술이사와 미팅 중인 모습. 내년 4월이면 우리 손으로 만든 첫 경비행기가 나온다. 마치 출산의 기쁨을 맞이하는 산모와 같은 심정으로 그날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은 외상이 없으시다. 어느날 갑자기 빚보증으로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매를 드시는데 훗날 나를 이렇게 쓰시고자 계획하셨기 때문인지 내 몸에는 손을 대지 않으셨다. 갑작스런 시련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오래 참으시고 자비로운 분이신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은 가톨릭신자였던 아내와의 갈등이었다. 신혼초엔 멋모르고 따라오던 아내는 첫째가 태어나면서 아기보는 핑계로 교회에 안나오기 시작했다. 혼자 교회에 가서 앉아 있으면 마치 내가 엄청난 죄인인 것 같았고 십일조 문제로 인한 갈등도 피할 수 없었다. 금요일이면 꼭 사소한 일들로 부부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급한 성격, 엘리트 의식에 고집이 세고 교만했던 나에게 주님은 "아내가 교회에 나오게 하려면 너부터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8년간 싸우며 나의 교만은 꺾어졌다. 아내는 "성당을 다니면서 예수님이 정말 나의 구세주라는 것은 믿지 못했다"면서 심령에서부터 우러난 신앙고백을 했고 비로소 입교를 했다. 지금은 교회에서 너무 잘 섬기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성도가 됐다.

조금씩 신앙을 회복하면서도 이전같은 열정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경남 양산의 한 기도원에서 열리는 부흥회에 참석했을때 일이다. 찬양시간에 눈물이 쏟아지며 어렸을때부터 지은 죄가 슬라이드처럼 펼쳐졌다. 하나님을 떠난 시절의 죄에서부터 헌금으로 몰래 알사탕을 사먹었던 일, 옥수수가루나 우유 배급창고 훔쳐먹기, 목욕하던 여학생옷 훔쳐 달아나기 등 소소한 것까지 회개하게 하셨다. 어찌나 주체할 수 없을만큼 눈물이 흐르는지 바지를 다 적시도록 하염없이 울었다. "주여 용서해 주소서"라는 고백만 반복하던 중 방언이 터져나왔다. 끝나고 돌아가는데 한걸음만 내딛어도 마치 날아갈 것처럼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고난의 시간을 통해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며 내 안에 하나님을 향한 깊은 갈급함이 생겨났다. 두달간 스페인으로 출장을 갔을때 아무리 찾아봐도 교회가 없어 혼자 "내 평생 소원 이것뿐∼"하고 찬양을 부르는데 또 눈물이 났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라는 스바냐서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아버지의 사랑이 어찌나 은혜가 되던지…. 우는게 예배였다.

'언제 한번 내 손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띄어볼 날이 있을까….' 대한항공 입사 직후 제공호(F-5F) 생산과 관련된 업무에 투입되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꿈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잊혀진 채 흘러온 꿈이 실현되고 있는 요즘 이것저것 계산할 것 없이 마냥 즐겁다. 비행기에 오르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란 찬송이 절로 나오면서 내 삶에 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한미공동으로 제작한 제공호의 첫 주행시 활주로에 있던 사람들이 감격스런 마음에 모두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년 4월이면 우리 손으로 만든 첫 경비행기가 나온다. 마치 출산의 기쁨을 맞이하는 산모와 같은 심정으로 그날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부산북교회ㆍ(주)SKAI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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