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 하나님의 것

[ 연재 ] 사도바울행전I.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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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24일(수) 14:33

주 예수께서 일찍이 시험하는 자들을 향하여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고 가르치셨다.

바울은 주 예수의 교훈에 충실하였다. 원래 로마인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가이사와 아구스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 13:1).

바울의 이와 같은 로마 정부에 대한 충성은 그가 젊은 시절 다소의 시민단에 속한 생활을 통하여 얻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울이 다소 시민단의 규정에 따른 생활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는 것으로 끝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는 면을 더욱 강조하는 생활이었다. "여러분 형제들아 오늘까지 나는 범사에 양심에 따라 하나님을 섬겼노라"(행 23:1).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이는 내가 너희에게 가 보나 떠나 있으나 너희가 한마음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과, 무슨 일에든지 대적하는 자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이 일을 듣고자 함이라"(빌 1:27~28).

위에서 "섬겼다"와 "생활하다"의 원어 "폴리테우오(politeuo)는 '시민으로서 생활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울이 다소의 시민으로서 자각과 긍지를 가지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한 모습이 우리의 눈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로마의 통치 시대에 살았던 바울에 관하여 말할 때 그의 이름을 빠뜨릴 수 없다. 헬라인의 이름은 통상 본인의 이름뿐으로서 가족의 이름 곧 성은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 알렉산더라고 하는 식이다.
그러나 로마인은 세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상 유명한 인물인 카이사르(시저)의 경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이사)라고 하는 식이다. 첫째가 개인의 이름(가이우스), 둘째가 씨족의 이름(율리우스), 셋째가 가족의 이름(성^카이사르)이다.

바울의 이름의 경우 회심 이전의 '사울'은 개인의 이름이고, 회심 이후의 '바울'은 로마적인 씨족 이름이다. 이 씨족 이름은 로마 시민권과 이어지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다. 바울은 혈통으로는 유대인이지만, 법적으로는 헬라인이기 때문에 조상 이래로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가문으로서 '바울'이라고 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울은 디아스포라의 자랑스러운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하여, 당시 로마 헬레니즘 세계의 진보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이와 같이 길리기아 다소에서 자유롭게 살던 바울에게 새로운 생애를 향한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예루살렘에 유학하여, 뛰어난 랍비 문하에서 이스라엘 사람의 신앙적 전통의 뿌리인 토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날이 이르게 된 것이다.

예루살렘 유학은 바울 자신의 희망이기보다는 부모의 강한 소원이었을 것이다. 젊은 바울이 헬라의 문화에 깊이 빠지는 모습을 보고, 부모는 불안했을 것이다. 바리새인의 본거지에서 율법을 배워 아이덴티티를 찾게 하려 했을 것이다.

김희보
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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