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2. 생명의말씀사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2월 23일(화) 18:11
복음의 진가, 맛있게 요리하기

   
2010년 현재, 한국기독교출판협회에 가입한 출판사의 숫자는 1백52개에 달한다. 이중 '장수' 출판사를 꼽으라면 단번에 떠오르는 것이 '생명의말씀사'다. 1953년 미국의 팀(TEAM, The Evangelical Alliance Mission)선교회에 의해 시작된 생명의말씀사(대표:김창영)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한국교회와 함께 성장하며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출판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출판되는 도서만도 1천7백여 종. 연간 1백여 종의 신간, 2백만부 이상의 책을 펴내고 국내외 10개 서점 및 인터넷서점(www.lifebook.co.kr)을 운영하며 총판 유통을 통해 문서선교 사역을 선도해왔다.

성경과 횃불 모양이 어우러진 로고는 지금까지 '하나님나라 확장'이란 '외길'을 걸어온 말씀사의 역사를 그대로 대변해준다. 선교사에 의해 설립돼 전도지 및 전도용 소책자 출판에서부터 시작한 말씀사의 도서들은 오늘날에도 짙은 복음주의의 색채를 띈다. '짭짤한 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포기해가면서 '복음주의'의 자존심을 꼿꼿히 지켜온 결과.

"역시 말씀사답다." '기본, 정도(正道), 원칙, 바른 신앙'만을 담아낸 출판물에 독자들이 보내오는 반응이다. 가벼운 신앙이 교회로 하여금 대사회적 영향력을 잃게한 주범이라면, 문서선교를 통해 한국교회를 뒷받침하는 지지대가 되어온 셈이다. 김창영대표는 "독자들로부터 생명의말씀사 책이라면 믿고 선택한다는 말을 들을 때 시류를 쫓지 않고 복음주의 정신을 고집하며 출판 시장에서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데 큰 힘이 된다"며 "50여 년전 처음 건네진 전도지에 담았던 영혼을 향한 사랑이 2010년 오늘에도 독자들이 넘기는 책장 한장 한장에 담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말씀사 직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이색 행사가 눈길을 끈다. 서점에 오는 독자들을 위한 '계란 빨리 포장하기 대회(부활절)', 한사람은 잡고 한사람은 깎고 껍질이 길면 승자가 되는 '사과깎기대회(추수감사절)'이 그것. '복음전파'를 위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은 부서별 매일 QT, 주1회 전직원 예배 등을 갖는다.

이렇게 한눈팔지 않고 온 결과, 말씀사에는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스테디셀러'들이 많이 생겼다. 50년이 넘도록 사랑받아온 최고(古) 스테디셀러 '기도의 능력'을 비롯해, '기독교의 기본 진리', '기독교강요', '참목자상', '하나님을 추구함', '영적 훈련과 성장',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등은 모두 1990년대 이전에 출간된 스테디셀러다.

절대적인 것 보다는 상대적인 것을, 지식 보단 흥미를 추구하는 시대적 조류를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한 우물을 판 데 대한 딜레마도 없지 않다. 목회자와 신학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에 비해 "말씀사의 책은 어려울 것 같다"는 젊은층의 편견에 부딪힐 때다. 이들이 촘촘히 써내려간 복음의 정수를 외면할 때, 딜레마는 증폭되곤 한다. 얄팍한 감성에 길들어진 이 시대 청년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말씀사내 젊은 편집자들의 고민도 어떻게 복음의 진가를 맛있는 음식으로 요리하느냐, '포장'의 문제에 맞닿아있다.

물론 전통을 고수해온 가운데도 변화는 있다. 번역물 위주의 출판에서 국내 저자 양성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작년 12월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성경이 만든 사람', '평생감사' 3권으로 '밀리언셀러' 작가 대열에 이름을 올린 전광목사가 대표적인 사례. 국내 실정에 맞는 어린이 도서 기획에도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