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지금 필리핀 교회는..

[ 선교 ] 교회 주도 지역사회 생명공동체로 탈바꿈, 복음 전하면서 삶의 조건 변화…'변혁적 목회' 성공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0년 02월 22일(월) 10:32
【필리핀=신동하기자】본교단과 선교협정을 맺고 있는 UCCP(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 소속 교회들의 약진이 놀랍다.
 
이달 초 필리핀에서 진행된 총회 신대원생 사회선교훈련에 기자가 동행하며 방문한 UCCP 교회들은 'Transformational Ministry'(변혁적 목회)를 목회방향의 큰 줄기 삼아 지역사회를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로 변화시켜가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구체적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변혁적 목회'는 UCCP가 최근 주력하는 선교정책 방침이다.
 
현재 UCCP에는 45개 노회를 축으로 2천5백개의 교회가 있다. 이 중에서 카비테에 위치한 뜨레세교회와 칼람바의 링가교회 사역을 들여다봤다. 이 교회들은 성장추구형 보다는 사회참여형 교회상을 지향하고 있다.
 
영원한 소망을 지향하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면서도,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고 감싸기 위해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규모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는 소위 '매우 작은 교회' 정도로 표현되는 곳이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강력하다.
 
   
▲ 최근 예배당을 옮기고 내부 수리가 한창인 뜨레세교회 전경. 이 교회는 빈민층 구제와 의식을 깨우는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뜨레세교회(로엘 로하스 목사)는 현지 NGO인 'CHP'(Children Helper Project)와 연계해 빈민층을 구제하고 이들의 의식을 깨우치는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을 받는 이들에게는 소액대출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자립기반을 세워주고, 일자리조차 없어 곯은 배를 움켜쥐는 이들에게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후원해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 교회 로하스 목사는 "UCCP 뜨레세교회를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UCCP 목회자들은 소속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제나 교회 앞에 교단명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 뜨레세교회 담임 로하스목사.
 
로하스 목사는 "삶의 질과 인권을 개선하는 사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사역들이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교회가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주민들 스스로가 일어나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 주민들에게 텃밭을 내주고 채소를 재배하게 하며, 그리고 수확이 생기면 그것을 팔아 다시 씨앗를 구입하게 만드는 사역이 대표적이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 산업선교 단체들의 초기사역과 닯아있다.
 
뜨레세교회 또한 본교단 서울북노회로부터 비슷한 지원을 받아왔다. 이 교회는 소속 따갈록서남노회가 선교협정을 맺은 서울북노회에 발전계획안을 제출하고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계속적인 지원을 받았다.
 
따갈록서남노회 선교동역자인 한경균 선교사(총회 파송)는 "뜨레세교회는 단순히 '교회가 어렵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 지역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고 실천적 목회를 통한 검증작업을 거쳐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뜨레세교회는 지역사회의 요청사항도 철저히 분석했다. 로하스목사와 동역자들은 신학 이론에 근거한 지역사회 선교보다는 주민들을 계속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내 목회에 반영했다.
 
   
▲ 링가교회는 1백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교회는 다양한 사역을 통해 지역사회를 능동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링가교회(알세 목사)는 UCCP 네스트콘(Nestcon)노회 소속이다. 이 교회에서 4년 째 시무하고 있는 알세 목사는 지난해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이 교회의 존재감을 알리는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알세 목사는 태풍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큰 태풍이 연속적으로 몰려와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께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묻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정이 어려워 돕기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지만 선교의 기회라고 생각을 바꾸었지요."
 
태풍으로 주택가 침수가 이어지자 화장실을 내어주고 식수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교회 내부 시설물을 모두 개방했다. 알세 목사는 본교단 사회봉사부를 비롯해 한국교회의 후원을 받아 동역자들과 2달 동안 매일 보트를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호활동에 나섰다.
 
   
▲ 링가교회 담임 알세목사.

알세 목사는 시급한 구호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지역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침수로 각종 쓰레기가 거리에 넘쳐났지만 그 누구도 치우는 노력을 보이지 않자 정화와 구호를 한데 묶었다.
 
"악취가 심한 쓰레기를 치워 교회로 가져오면 쌀이나 식료품을 주었습니다. 이재민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의미도 있었지만, 태풍 피해 이전부터 노력없이 무언가를 얻으려던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알려주는 의도도 포함됐어요."
 
교회의 작은 노력과 생각의 전환이 지역사회를 능동적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UCCP 임원들은 이 교회의 이재민 사역을 두고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하나님의 응답을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알세 목사와의 인터뷰 후 인근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링가교회에 대해 묻자, "우리 동네에 이 교회가 있어서 좋다"는 답변을 한결같이 내놨다.
 
링가교회 또한 세속적인 시각으로 보면 극히 작은 교회다. 그러나 건물의 외형과 교인 수에 상관없이 교회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리핀 교회들은 몸집을 늘리기보다는 '건강한교회' 만들기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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