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 우리, 한국인과 신앙인으로 길러줄 학교 없나요?

[ 선교 ] 파송은 세계 2위, MK교육 위한 인프라는 거의 '0' 수준. 논의의 장 마련할 필요성 대두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0년 02월 10일(수) 17:03
   
▲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은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선교지에 MK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세우는 것도 당장 고려해 볼만 한 일로 언급되고 있다. 사진은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MK기숙사인 '푸른초장'에 살고 있는 아이들.

【태국 방콕^장창일차장】너무 착했던 아들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죠. 하지만 사역지에 일거리가 쌓여 있어서 고작 몇일을 함께 지낸뒤 급히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들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로인해 전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아들에게는 유일한 소방수였는데..', 결국 전 선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중앙기독초등학교 사라 마 영어교과과정 조정관)

케냐 키자베에 1906년 아프리카 오지선교회(Africa Inland Mission)가 세운 RVA(Rift Valley Academy)에 한때 유명했던 한국인 여학생이 있었죠. 날이면 날마다 창밖을 보며 엄마의 손길을, 아빠의 품을 그리며 울부짖던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잘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사랑만 받고 살아도 모자랄 어린 MK들이 겪어내야 하는 분리장애의 정도는 상상이상입니다. 선교지에는 늘 부모와 생이별해야 하는 자녀들의 아픔이 산재해 있습니다. (RVA 박재덕선교사)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세계 각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자녀들과 관련된 수 많은 사연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선교지의 대부분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가까운 곳에 현지인학교나 국제학교도 없어 홈스쿨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역지도 도처에 있다.
 
그렇다면 선교사 파송 세계 2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는 MK교육과 양육을 위한 인프라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거의 없다'이다. 현재 명성교회가 운영하는 필리핀 마닐라한국아카데미가 우리나라 MK들을 위한 유일한 교육시설이며, 현재 몇몇 국가에서 교단 선교부나 선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숙사(도미토리)가 뒤를 잇고 있는 수준이지만 전체 파송규모와 비교해서는 전무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MK들을 위한 전문단체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 MK 사역 전문기관으로는 1997년 설립된 MK 네스트(NEST)와 2002년 설립된 콤케드(KOMKED) 정도이며, MK를 위한 전담 사역자를 두고 있는 단체나 선교부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제7회 방콕포럼에 참석했던 MK 네스트의 백인숙선교사는 "MK들을 위한 사역은 전문성과 효율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한국교회 전체의 MK사역은 이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를 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콕포럼에서는 무엇보다 MK들의 인격과 신앙에까지 깊은 영향을 줄수 있는 '한국인 교사'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닐라 한국아카데미 홍세기교장은 '기독교 교육과 바람직한 MK 교육관'을 주제로 한 발제문에서 "지난 4반세기 동안 한국의 MK들은 외국 선교부가 세운 국제학교에서 양육되었다"면서, "지금까지의 MK들이 '남의 둥지에서 자란 뻐꾸기'였다면, 이제는 한국인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국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춘 인간상으로 한국교회가 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홍 교장은 "MK들을 위한 학교교육은 의식있는 교사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적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MK들의 인격과 신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도울 한국인 교사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다"면서, "한국인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MK양육을 논의하는 것은 다소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교사 확충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실제로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그레이스국제학교 피셔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학생들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국'을 경험하게 해줄 교사가 전무하다. 이로 인해 한국학생들을 위한 심리상담이나 한국역사 교육은 전혀 할 수가 없다"며, 한국인 교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국제학교에서 교사 선교사로 사역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어학능력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인 교사를 확충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학교에 적합한 교사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거점 선교지에 MK기숙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 운영 중인 MK들을 위한 기숙사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MK 돔(Dormitory의 약자)이나 MK 호스텔(Hostel)로 불리는 기숙사들은 선교사 자녀들에게 가정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앙과 가정교육, 사회생활 교육을 하는 곳으로 기숙사에서 사역하는 '돔 페어런츠'(Dorm. Parents)들은 기숙사 사감이 아니라 대리부모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GMS가 치앙마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MK기숙사 '푸른초장'의 돔 페어런츠 이강욱목사는 "어린나이에 외국에 나와서 낯선 환경 속에서 자라는 게 보통의 MK들이다보니 성인이 된 뒤에는 '모국'이 어디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반드시 찾아온다"면서, "MK들을 위한 기숙사는 최소한의 정체성 교육과 공동체 교육을 동시에 할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푸른초장에서 돔 페어런츠로 사역했던 김창수선교사는 'MK 기숙사의 필요성과 사역자 양성'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기숙사를 설립할 때는 주변에 학비가 적당한 양질의 교육시설이 있는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접근성과 비자, 보안 등의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부부 사역자가 전담으로 배치될 경우 '자녀들'의 숫자는 10명을 유지하고 단기 사역자와 인턴선교사 제도를 활용하면 효과적인 사역을 할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숙사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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