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과학신학의 가치에 투자한 두 거인

[ 최근신학동향 ] 2. 과학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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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10일(수) 12:06

과학신학은 인류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담론일까? 과학신학의 가치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전폭적으로 투자한 두 인물이 있다. 그들은 과학자도 아니고 신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업적은 어느 학자보다 인류사에 찬란히 빛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재산가였으며 현명한 기부자였다. 아담 기포드 경(Lord Adam Gifford, 1820~1887)과 존 템플턴 경(Sir John Templeton, 1912~2008)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과학신학에 깊은 관심과 조예가 있었으며 담론 형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빛나는 유산은 계속 진행형이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과학신학의 담론 형성과정을 살펴보자.

기포드 경은 19세기 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능한 법률가로서 명성과 부를 쌓았다. 그의 이름은 신학ㆍ종교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기포드 강좌(Gifford Lecture)로 역사에 빛난다.

이 강좌는 그의 유산을 상속받은 스코틀랜드의 네 대학교(Edinburgh, Glasgow, St. Andrews, Aberdeen)가 주관한다. 그가 죽은 이듬해인 1888년부터 유언대로 '가장 폭넓은 의미로서의 자연신학의 발전'에 공헌한 세계적인 학자를 선별해 강좌가 지속되어왔다. 그 강연자들의 목록을 보면, 위대한 족적을 남긴 과학자, 종교학자, 신학자, 철학자 등이 망라된다. 그 중에는, 양자이론을 정립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와 같은 과학자, 화이트헤드, 듀이,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 막스 뮐러와 윌리엄 제임스 같은 종교학자, 바르트, 라인홀드 니버, 틸리히, 몰트만과 같은 신학자 등이 있다. 기포드 강좌의 강연자로의 초빙은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음을 의미하며, 출판된 강연들의 상당수가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 '가장 폭넓은 의미로서의 자연신학'이란 무엇인가? 뉴턴의 근대물리학의 정립으로 인해 17∼18세기에 태동한 '좁은 의미의 자연신학'은 성서를 통한 계시(특별계시)가 아닌 자연을 통한 계시(자연계시)에만 기초한 신학을 말한다. 이는 과학신학의 모태가 된다. 17∼18세기 근대물리학적 우주관은, 19세기 중반 다윈의 진화론, 20세기 초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으로 대변되는 현대물리학의 혁명을 거치면서, 20세기 중반 역동적인 우주관으로 전환된다. 이에 발맞추어 1970년대 자연신학은 보다 유연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본격적인 과학신학 또는 '과학과 신학'이다. 이 담론은 그야말로 '넓은 의미의 자연신학'으로서 과학을 통해 관찰된 자연계시와 성서를 통한 특별계시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이 담론의 확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 템플턴 경이다.

2년 전 타계한 템플턴 경은 20세기 초 미국 테네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공항 시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엄격한 자기관리와 목표의식으로 예일대학교에 입학한다. 최우등으로 졸업해 로드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회사를 설립해 글로벌 뮤추얼펀드의 선구자로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다. 이후 그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바하마와 영국으로 귀화해 1987년 영국여왕으로부터 기부활동의 공헌으로 작위를 수여받는다. 종교계에서 그는 1972년 제정한 템플턴상으로 유명하다. 이 상은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상금인 1백만 파운드가 지급된다. 그 첫 수여자는 1973년의 테레사 수녀이며, 빌리 그래함, 솔제니친 등 인류의 영성을 진작시키는 데 특출한 기여를 한 사람에게 매년 수여된다. 고 한경직 목사님은 목회활동에 대한 공로로 1992년 수상했다. 템플턴 경은 미국장로교단(PCUSA)에 깊이 관여해 프린스턴신학교의 이사와 이사장으로 50년 이상 봉직했다. 그에 의해 1987년 설립된 존 템플턴 재단은 매년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후원한다. 특히 그는 과학이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으로서 과학신학에 지극한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과학신학에 가장 많은 연구비를 후원하고 있으며, 최근 템플턴상은 주로 이 분야에 기여한 학자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템플턴 재단의 지속적인 기부로 말미암아 '과학과 신학'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돼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기포드 경과 템플턴 경, 이들은 모두 과학신학의 가치를 확신했고 전폭적으로 투자한 거인들이었다. 그들의 유산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루터 묘비의 명귀가 떠오른다. "그들은 죽었으나 살아있다."

문영빈교수(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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