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부를 하며 느끼는 것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60>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2월 10일(수) 12:03

안식년을 보내는 동안 프랑스 말과 문화를 배우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늦은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지금 하는 공부는 예전에 하던 공부와는 다르다. 이전엔 '해야 되기 때문에' 하는 공부였다면 지금은 '하고 싶으니까'하는 공부다. 이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인지라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공부하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아이들의 공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공부는 철저하게 입시를 위한 공부이다. 당연히 성적을 위한 공부가 된다. 그러니 시험에 안 나오는 것은 공부할 필요가 없고 입시와 무관한 공부는 필요가 없다. 반대로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실제로 별 필요가 없어도 성적과 관련이 있다면, 입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공부를 해야 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어도 성적이나 입시와 무관한 것은 시간낭비로 생각한다. 반대로 입시를 위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고 그렇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가 없다. 물론 입시라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공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부가 철저히 다음 단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게 되면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 놓쳐버린다. 대학입시를 위해서 공부를 하니 입시가 끝나면, 대학에 가서 공부할 의욕이 안 생긴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공부가 아니니까 공부 자체를 아주 힘들어 하게 된다.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를 그만 두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중고등학생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대학생의 경쟁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실이 바로 입시 위주 교육의 결과다.

입시위주의 공부는 대학에 들어와서는 취업위주의 공부로 변질이 된다. 대학에서조차도 학문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 공부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에 시간을 보낸다. 대학생들이 온통 토익이나 자격증 등을 따는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어학연수조차도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 외국의 문물을 배우고 언어도 습득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공부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성경적으로는 공부 자체를 즐겁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다. "여호와의 행사가 크시니 이를 즐거워하는 자가 다 연구하는도다(시111:2)" 시편 기자의 이 고백이 영국의 어느 연구소의 현관 앞에 붙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나 성인들이나 다 공부할 때 바로 이런 동기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공부하게 될 때 입시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원하는 직장에도 들어가기 쉽고, 또 직장에 들어가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공부를 할 때 항상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습관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또 다른 문제이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해서 공부했던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을 본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책을 찾아서 읽고, 자신이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항상 타율적이었기 때문에 공부에 관한한 항상 타율적이 되는 것 같다. 사교육을 통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길게 보면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입시를 위한 공부가 공부에 대한 의욕이나 배움의 기쁨을 없애버렸고 사교육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없애버렸다. 교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입시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사교육의 필요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작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야겠다.  그것이 오늘 교육의 현실이 지옥처럼 되어 버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방선기/직장사역硏 소장ㆍ기윤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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