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친척

[ 연재 ] 사도바울행전I.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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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10일(수) 11:59
   
▲ 바울 생가의 우물.

바울이 성장하며 감화를 받은 것은 첫째로 바리새인으로서의 유대교적인 가정 생활, 둘째로 장래에 사회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직업 훈련, 셋째로 다소의 헬라적 색채가 짙은 수준 높은 학문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바울의 집이 다소의 유대인 시민단에 속해 있었고, 그 시민단에 속한 다른 가족의 자제들과 깊은 교제를 가졌다(W. 램제이).

바울은 회심한 후 전도 여행 때 그들 중 여러 명과 만났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에베소 교회에 파송한 겐그리아 교회의 여집사 뵈뵈의 추천장에 그들 중 몇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내 친척이요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하라 …… 내 친척 헤로디온에게 문안하라 …… 나의 친척 누기오와 야손과 소시바더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롬 16:7, 11, 21).

이 친척(suggenia)이라는 말은 단지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소에서 '같은 유대인 시민단에 소속된 자'를 가리킨다.

그들 중 우선 안드로니고와 유니아는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은 사람들로서,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롬 16:7)였다. 모름지기 이 두 사람은 팔레스틴에서 그리스도인이 되어, 바울이 회심한 후 다소에 머물고 있을 때 성도의 교제를 하였던 듯하다. 그리고 바울이 훗날 에베소에서 전도 활동을 할 때에 에베소에 와서 바울에게 협력하다가 바울과 함께 옥에 갇혔던 일이 있었다.

또한 야손은 바울이 제2차 전도 여행 때 마게도냐 지방을 거쳐 데살로니가에 갔을 때에 전도의 지지와 대접을 받은 일이 있었다(행 17:5~9).

소시바더는 일찍이 바울이 데살로니가에서 전도하다가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을 때에 야손이 보석금을 내고 석방시켜 베뢰아로 가게 하였을 때 거기서 만난 사람일 것으로 추정된다(행 17:9). 그는 바울이 에베소에서 은장색 데모드리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겪고, 에베소를 떠나 마게도냐에 잠시 머물다가, 아시아로 갈 때에 동행한 사람이다.

헤로디온의 신상에 관해서는 알 수 없으나, 누기오는 누가와 같은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그 근거로 '친척'으로 번역되어 있는 헬라어 '숭게니아'의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숭게니아(친척)'는 당시 헬라적인 도시에서 국가가 인정한 시민단에 속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숭게니아'에게는 로마 시민권이 주어졌고, 공동으로 예배를 하였으며, 국가 정책의 운영에도 여러 모로 특권이 인정되었다.(람제이, 몰턴).

따라서 '숭게니아'는 '같은 혈통'이나 '친척' 또는 '같은 도시의 공동체'와는 그 개념이 약간 다르다. 로마서 16장 7, 11, 21절에서는 '친척'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로마서 9장 3절에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누가복음 1장 58절에는 '친족'으로 번역되었으나, 사도행전의 백부장 고넬료에 관한 기사에는 '친척'으로 번역되어 있다(행 10:24).

요컨대 로마의 통치 아래 있는 '다소의 시민단'과의 교제는, 바울이 회심한 이후 전도 활동을 할 때 좋은 협력자로 등장하게 된다.

김희보/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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