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0년대'에 대한 오해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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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04일(목) 15:34

 
10년 전 2천년 1월 1일을 맞아 온 세계가 '새 1천년기'(the new millenium)를 맞았다고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한 세기(1백년, century)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것만 해도 감격하고 흥분할 만한데, 그 10배인 1천년이니 이해가 될 만하다.
 
당시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새 천년기를 맞았다고 온갖 축제를 다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그 때 2천년 1월 1일이 결코 새 천년기의 시작이 아니라고 언론에 투고하여 그 잘못됨을 지적하였으나, 나의 주장은 구우일모(九牛一毛)요 창해일속(滄海一粟)일 뿐이었다. 겨우 어떤 신문이 그 한 모퉁이에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와 우리나라 중앙기상대가 필자와 같이 발표한 내용의 글을 냈을 뿐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 기관에서도 하나같이 '새로운 1천년기' 또는 '새 밀레니엄'이란 말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 이듬해 신년사에서 "금년은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서…"라고도 하였다. 당시 필자가 분명히 주장한 것은 2천년 1월 1일은 새로운 '천년기'의 시작이 아니고 '2천년대'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 것이다. 즉 '2천년기'와 '2천년대'가 다름을 설명한 것이다.
 
우리가 얼마 전 2009년 12월 31일을 보내고 새로 맞은 새 해 2010년 1월 1일도 10년 전의 경우와 비슷하게 결코 새로운 '10년대'(decade)의 시작이 아니고 2천년기의 첫 십년대의 마지막 해가 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2천년기의 첫 10년대의 시작은 정확하게 말하면 2011년 1월 1일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아들의 집에 가서 성탄절과 새해를 지냈는데, 거기서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도 모두가 금년(2010년)을 새로운 '십년대'(decade)라고 잘못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찌하여 '…년기'(…年期)와 '…년대'(…年代)를 혼동하는가? 즉 많은 사람들은 2001년으로 시작하는 '2천년기(年期)'와 2천년으로 시작하는 '2천년대(年代)'를 같은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낱말은 실제로 하루의 차이가 있는데, 1백년 동안이나  "천 구백…년" 하다가 새로 '2천년'이란 말에 성급하게 흥분하여 하루를 앞당겨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년(紀年)의 첫 숫자가 바뀌는 것만 보고 세밀한 계산 없이 잘못 속단해서이다. 예를 들면 20세기는 1900년부터 1999년까지, 즉1900으로 시작해서 1900 + 몇 십 몇으로 계속되기까지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2천년까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1에서 2, 3, 4, 5, 6, 7, 8, 9, 0으로 계속되는 수 중에서 '1'이라는 숫자는 시작하는 숫자이고 '0'이란 숫자는 마치는 수임을 알아야 한다. 근년에 출판되는 책에는 그 내용의 항목 수를 '1백 가지'이나 '2백 가지' 등으로 하지 아니하고, '101 가지'나 '201 가지' 등으로 나타내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을 많이 보는데, 필자도 2005년에 제2 시조집을 낼 때에 '1000' 수(首) 대신에 '1001' 수를 수록하였으며, 작년에 "바로잡기 우리말 101 가지"를 내었을 때도 이상과 같은 뜻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것은 위의 두 책에 대해서는 그 제2권이 계속됨을 뜻한다고 머리말에서 기록하였다.
 
결론적으로 금년 2010년은 2천년기의 첫 십년대(decade)를 마치는 해이지 결코 그 시작하는 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채 운
목사ㆍ전 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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