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고 목마르고 상처받은 그들의 '선한 이웃'

[ 기고 ]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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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29일(금) 13:19

중남미 카리브 지역에 있는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 강도 7.3의 지진은 이어서 발생한 두 번의 강도 5.3 수준의 여진과 함께 아이티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인구 9백만 명이 조금 안 되는 나라에 사망자 10만에서 최대 20만 명 이상을 추산하고 있으며, 인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3백만 명 가량의 피해자와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주었다. 25일자 신문에는 공식적으로 15만 명의 시신을 집단으로 매장한 통계가 발표되었는데 개인의 존재감이나 인격의 문제나 장례까지도 예를 다할 수 없는 생지옥과 같은 현 아이티의 상황에서 겪는 그 백성들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건물 75%가 붕괴되었으며, 10만 명 이상의 고아들이 굶주린 배와 목마름으로 구호의 손길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다니고 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진 아이티, 전국민의 70-80%에 해당되는 많은 국민들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한 가족이 산다고 하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실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도 국내외 재해구호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책임의 영역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우리 총회 사회봉사부는 지진 발생 하루만에 임원회에서 긴급구호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을 긴급히 점검하고 신속한 결정을 통해서 전국적인 모금과 담당간사의 현지구호활동을 위한 해외출장을 결정하고 적극적인 긴급구호에 착수할 수가 있었다. 총회장님과 임원들께서 사안의 심각성과 긴급성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긴급하게 해주셔서 이번해외재해구호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가 있었다.

또한 더욱이 다행하고 감사한 것은 아이티와 가장 근접해 있는 이웃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는 총회 파송 선교사인 김종성선교사께서 우리교단과 선교협정을 맺고 있는 도미니카복음교회와 긴밀한 협력관계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와 현지사정을 메일로 주고받으며 지혜롭게 대처해주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상황을 잘 점검하면서 긴급재해구호에 임할 수가 있었다.

여러 번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티라는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에 식민지로 오랫동안 지배를 받아왔던 나라이며, 정치적으로는 수십 차례에 걸쳐서 쿠데타가 일어나 사회적 안정이 아직도 보장되어 있지 않으며, 이번을 계기로 여러 나라들이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아이티 미래의 경제개발과 도시재건설과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그래서 순수한 인도주의적인 자원봉사나 혹은 종교적인 차원의 사명과 책임으로서의 섬김사역으로서도 복잡한 문제들이 있어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치안의 문제가 안정권에 들어와 구호활동을 하는 여러 나라로부터의 단체들의 활동이 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배고프고, 목마르고, 상처받은 그 백성들에게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처럼 이해되었다. 자기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자기보다 약한 여성이 들고 있는 먹을 것을 빼앗기 위해 그 손을 이빨로 깨물어 탈취하는 사진이나 칼을 이웃에게 들이대어 강도짓을 일삼는 생생한 약탈의 현장사진을 대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충분한 먹을 것과 마실 것, 의약품과 구호의 손길을 전해주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지난 해 9월 말 이후에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대만, 그리고 남태평양의 사모아섬에서 발생한 지진과 태풍과 수해로 인한 재해구호를 했을 때에는 전국민적인 여론이나 전국교회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뜸했었다. 기획모금을 했지만 참여하는 교회의 수가 적었고 이번의 경우를 보면 여론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절실히 비교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총회 사회봉사부가 나름대로의 경험과 재해구호 지침서를 가지고  발빠르게 체계적인 구호활동에 임하게 된 것과 전국교회의 큰 관심과 도움과 기도가 잇달아 많은 교회들이 현재 모금에 동참해주고 있어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아이티 지진재해 피해의 정도는 앞으로 더 자세하게 밝혀지겠지만 짐작만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미얀마의 사이클론 나르기스, 중국 쓰촨성의 지진피해 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긴급구호활동의 확대와 지속, 그리고 중장기 재해구호의 계획과 지원이 앞으로도 2년 이상 필요하다고 여겨져서 계획을 세워놓고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면 당장에 먹을 것과 마실 것 의약품과 천막 담요 등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진피해로 인하여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을 위한 의수족재활 사업도 필요하고, 부모를 잃어버린 고아들과 학교가 무너진 곳의 아이들의 교육문제, 정신적인 피해를 치유해주는 프로그램까지도 필요하다. 이를 종합적으로 도울 수 있는 종합복지서비스 센터 내지는 사회선교센터 등이 건립되거나 운영비를 지원하는 일 그리고 현지선교사를 도와서 이러한 일들을 1-2년 단기간 도울 수 있는 단기선교사들을 파송해주고 지원해주는 사역도 절실한 과제일 것으로 본다.

여러 큰 교회들이 단독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사람을 보내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하고 현지사정에 대한 정보와 협력관계가 마련되지 못한채 자기교회의 이름을 내고 업적을 쌓는 일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체계적이며 전문성 있게 이루어지는 지속적 재해구호가 단계를 따라서 시의적절하게 적당한 수준과 규모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효과적으로 재해구호를 이루어 가기 위하여 총회 사회봉사부를 통하여 모금도 단일화 하고 힘을 모아서 효과적으로 재해구호를 감당해 가도록 전국교회의 기도와 협력이 절실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나 한국교회협의회 등의 에큐메니칼 연합기구를 통해서도 다양한 방법의 재해구호에 본 총회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 아이티 지진재해구호를 통하여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섬김의 디아코니아적 사회선교 사역의 중요성과 의미를 재확인하여 건강한 교회와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은혜가 있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재해구호를 통하여 아이티 백성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주어야 할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살리고 더욱 풍성케 누리도록 섬겨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요청되고 있는 주님의 명령이며 종말론적인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려 죽음의 문화를 살림의 문화로 만들어 그 곳에 하나님의 나라와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며 하나님의 영광이 온 땅에 나타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승열 목사(총회사회봉사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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