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십계명, 교회가 앞장서야

[ 교계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 재환기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1월 26일(화) 16:21

"인형놀이는 무슨…/ 사내 대장부는 그럼 못써! /애써 울음 참는 내 동생 /축구는 안돼! /무슨 여자 애가 그렇담 /움츠러드는 내 어깨/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다/ 그래 놓고서/ 말 따로 마음 따로/ 두 얼굴의 우리 엄마/ 앞치마 두른 아빠는 좋아하시면서." 지난 2000년 남녀평등 글짓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초등학교 5학년생의 작품이다. 강산이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10년. 우리 사회와 교회의 인식변화는 얼마만큼 진행됐을까.

   
▲ 오사카 국제공항 화장실의 모습.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문숙경)은 최근 소책자 '손에 잡히는 행복'을 펴내고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재환기시키고 있다. '손에 잡히는' 크기의 소책자에 제시된 양성평등 십계명은 △자녀양육은 부부가 함께 △결혼 후 모은 재산은 부부 공동명의로 △집안일을 할때는 함께 하고 함께 쉴 것 △직장에서 '남자일' '여자일' 구분하지 않기 △임신ㆍ출산한 동료를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최근 일부 남성화장실에 '기저귀 교체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녀양육 등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에 살림하는 남성은 15만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홈대디'가 10만6천명이었던 2003년과 비교할때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포착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기저귀를 가는 지하철과 화장실 안내판의 주인공에 남성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지팡이를 짚은 경로석의 안내 표지 주인공도 할아버지에서 할머니로 일부 교체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의 푸엔라브라다 마을의 지방의회에서는 "길거리의 표지판과 신호등에 그려진 사람은 왜 남성인가"를 두고 열띤 논쟁이 펼쳐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결국 횡단보도 표지판과 신호등에 있는 남성 그림의 절반을 여성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국가들이 '양성성'을 요청받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숙경원장은 "남성성이나 여성성, 어느 한쪽만으로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21세기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특질이 조화롭게 어울린 양성성으로 교회가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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