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성장, 따뜻한 부흥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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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9일(화) 19:14

거미와 개미는 그 이름은 비슷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거미는 거미줄을 '나홀로' 독점한다. 하나의 거미줄에서 두 마리 세 마리의 거미가 함께 할거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반면 개미는 군락을 이루며 '함께' 살아간다. 개미 사회만큼 분업이 잘 된 공동체도 보기 드물다. 보모개미, 운송개미, 집 짓는 개미, 전투개미, 정찰개미, 베짜기개미, 꿀모으는 개미, 사체 운구 개미 등 그 맡은 일이 세분화 되어 있다. 개미 한 마리만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들이 이룬 사회는 그래서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다. 개미는 한자로 '의(蟻)'라고 쓰는데 '옳을 의(義)'자 옆에 '벌레 충( )'부를 붙인 글자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의로운 벌레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음식점 옆에 같은 음식점이 생기거나 옷가게 옆에 다른 옷가게가 문을 열면 가게 주인들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던 시절이 있었다. 독점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던 시절 이야기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나홀로 음식점은 문을 닫기 시작하고 오히려 '먹자골목'이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하! 한 데 몰려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음식점은 물론이고 휴대폰, 전자, 의류 상가 등 대단지로 몰려 있는 것을 좋아한다. 생존 코드가 '독점'과 '경쟁'에서 '함께' '협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경쟁과 협동은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70~80년대 이전 산업사회를 거미시대라 할 수 있다면 이후 첨단기술혁명 시대는 개미시대로 비유할 수 있다.

거미의 생존 코드와 개미의 삶의 방식 중 어떤 것이 사회발전과 혁신에 견인차 역할을 할까? 과거에는 거미형 삶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개미형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최근 인류는 경쟁의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탐욕의 경쟁이 얼마나 파괴적인가 보여주었고, 경쟁적으로 망쳐 놓은 자연환경의 역습으로 인류는 기후 온난화 등 인류 파멸의 경고에 직면하고 있다. 인류는 경쟁이 만들어낸 폐해를 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전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통해 함께 사는 길을 찾고 있다.

2010년은 우리 교회 새 예배당인 '비전채플'이 완공돼 입당하는 해이다. 입당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파주 고양 지역에서 독불장군식 교회가 되어서는 안될텐데, 지역내 '어린' 교회들이 주눅이 들면 안될텐데…'.

그래서 고민 끝에 새해 비전을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 한소망교회!'로 정했다. 그리고 그 다섯가지 실천과제로 '예수님의 비전과 함께(비전 안에 하나 됨), 성령님의 임재 안에 함께(예배ㆍ말씀, 기도 강화), 지역교회와 함께(개척, 미자립교회 섬김), 이웃과 함께(이웃 섬김 사역), 다음 세대 꿈과 함께(어린이ㆍ청년ㆍ청소년 부흥)'로 정했다.

지난 연말 우리 교역자들과 장로님들이 함께 1박2일 정책당회를 하는 자리에서 당회원들이 비전을 실천할 전략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우선 대형버스를 돌리지 않기, 수재나 화재 등 재난을 당한 개척교회에 지역서비스팀(local service team)을 파견해 도와주기, 이동성장 반대 공개 표명하기, 목회 경험과 자료 나누기, 지역내 어린교회의 목회자들과 정기적 대화를 갖고 그들의 고충 들어주기 등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그들이 즐거워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뇌가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2002년 미국 에모리대학 그레고리 번스 박사가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그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협력 또는 배신을 하도록 하면서 그들의 뇌를 MRI 촬영했다. 그 결과 서로 협력할 때 사람의 뇌에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부위가 최고조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형교회는 성급한 성장보다는 느린 성장이, 나홀로 부흥보다는 작은 자와 함께 하는 따뜻한 부흥이 요구되는 것 같다.

류 영 모/목사ㆍ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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