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프로보노' 운동

[ 논설위원 칼럼 ] 공익을 위하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1월 15일(금) 15:27


호랑이 해인 2010년이 밝았다. IMF 위기를 넘기고 곧 바로 다가온 21세기를 감격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맞이한 지도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거 20세기는 한국교회가 눈부시게 성장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교회는 교인 수에 있어서는 지체 내지는 감소로 돌아섰다. 그와 맞물려 지난 10년간 한국 교회는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역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교계의 안과 밖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지적과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섬김의 사역을 잘 감당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에서 조사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살펴보면, 개신교가 사회에서 신뢰받기 위해서 행해야 할 사회적 활동으로 '봉사 및 구제활동'이 6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섬김의 활동을 잘 하고 있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더 많은 봉사와 구제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봉사와 섬김이 기독교계 전체 차원에서 체계적이지 못하고 개교회 차원에서 행해지다 보니 주요 매스미디어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또한 교계나 교회 차원에서의 홍보도 부족했다는 점이다. 둘째, 기독교계의 봉사가 다른 종교단체의 그것에 비해 금전적인 기부나 일회성의 봉사, 또한 비전문가들에 의한 봉사에 치우친 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교회들마다 섬김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교회를 향한 '섬김'의 요구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바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2, 3년 전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재능나눔 운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재능나눔 운동 가운데서도 요즘 새로운 용어로 '프로보노' 운동이 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이다. 원래의 의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로보노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프로보노 운동, 재능나눔 운동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변호사들이 시작한 운동이지만 최근에는 의사, 세무사, 컨설팅 분야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의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개교회를 포함한 교계 전체에 익숙한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일방적으로 나누어 주는 자선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일방적인 '자선'에서 벗어나 비록 지금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재능을 소유한 사람들의 재능을 나누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기부에서는 기부하는 사람이 기부받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함과 동시에 기부받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할 때 기부받는 사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이러한 기부행위가 지역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즉 기부행위 자체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기부행위로 인하여 기부받는 사람이 변화하고 이 변화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부가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일방적 종속 개념의 기부가 아닌 쌍방적인 파트너십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프로보노 운동'의 큰 틀인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물적ㆍ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교회 중에는 이런 봉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전 교회가 더욱 체계적으로 '기독교 프로보노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남과 다른 재능과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달란트를 필요로 하는 세상을 향해 나서기 바란다. 이 운동에는 재산의 많고 적음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신의 재능을 나누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땅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재산의 유무나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2010년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복의 근원이 되는 길인 것이다. '기독교 프로보노 봉사자들', 그들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만  식
장신대 교수ㆍ사회복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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