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국은 어디인가?

[ 디아스포라리포트 ]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조후교회'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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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4일(목) 10:33
김병호 / 목사ㆍ일본 선교사

   
▲ 1980년대 초 재일동포들의 외국인등록증 지문채취 반대 운동 모습.
재일동포교회는 세대를 지나오면서 광복 이전 일본에서 태어난 2세 목사ㆍ장로들이 은퇴를 하고 있다. 3세라고 하면 지금 교회의 중진 일꾼들일 것이다. 2세들은 어느 정도 우리말을 알아듣기도 하고 간단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2세들은 광복 전후 심한 차별과 가난을 경험하면서 살아남은 세대인데,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일본식 이름을 사용한다. 즉 1세, 그리고 2세들 일부는 모진 차별을 받으며 인내하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3세대로 넘어가면서 조금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민족적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ㆍ중학교때까지는 자신이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생이 되면서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16세가 되면서 일본인 친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인 등록증을 갖고 다녀야 하며, 그 등록증에는 범법자들만 찍게 하는 지문을 찍어야 하는 등의 차별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취직에 대한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제도적이고 관념적인 차별에 직면하면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의 조국은 어디인가'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1970년대 후, 어느 재일동포 3세 젊은이가 난생 처음으로 조국을 방문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이자 아버지, 어머니의 본적지, 그리고 자기의 외국인 등록증 국적란에 적혀있는 조국 '한국'을 보고 싶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말도 잘 안통하는 조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한국여권을 가지고 탑승한 비행기가 2시간도 안되어 김해공항 상공으로 저공 비행을 할 때에 밑으로 보이는 풍경에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여기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도 와 보고 싶어했고 밤낮으로 얘기하던 조국, 그렇게도 죽어서 묻히고 싶어 했던 땅이구나.'

그러한 감격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받는데, 처음 오는 곳이기 때문에 내가 외국인인가? 내국인인가?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가?', 혼동했지만 '내국인'표시에 줄을 서서 입국수속을 받게 되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아, 여기가 나의 조국이구나!'

마중 나온 친척들을 따라 시골 친척집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온 동네사람이 모여서 환영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분들이었지만 반갑게 손을 잡아주고 등을 두드리며 "네가 아무게 손자냐?"라고 물으며 반겨주어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자기를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환영해 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쁨과 만족과 감동을 가지고 조국에서의 첫 밤을 따뜻한 온돌방에서 지냈다.

그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는 어제와 같은 환영 분위기는 사라지고, 친척들이 수군수군 하는 것이었다. 말을 잘 못알아 듣지만 대충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말도 못하는 '반 쪽바리'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어제와는 달리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고 반가운 눈치가 아니었다.

몇 일간의 마음 불편한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여기도 내 조국이 아닌 것 같다'라고 느꼈다. 일본도 조국이 아니고 조국이라고 찾아 왔던 한국 땅도 우리말 못한다고 나를 차별하고 냉대하니 '과연 나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는 또 하나의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렇다 나는 재일한국인이다. 재일한국인으로서 일본 땅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재일동포 2, 3세들이 그들이 태어난 일본에서 살아가기 위해 1970년대부터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향상을 위한 차별철폐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의 장소와 정보, 인력, 자료를 제공하고 앞장서서 주도한 것이 재일대한기독교회였다. 약 20년 이상 싸워온 결과 눈에 보이는 제도적 차별은 많이 없어졌지만, 일본에 살고 있는 모든 외국인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운동을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선교적 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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