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아내에게 베푸신 은혜'

[ 나의삶나의신앙 ] 류광열장로 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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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7일(목) 10:43
1965년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필자는 성공을 거듭했다.

1968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농어민 소득증대 사업인 축산업에 참여해 사업을 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벼 6백 가마, 젖소와 비육우 50마리를 사육하며 복합 영농을 실시했으며, 경기도 일대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영농 후계자들에게 3개월씩 선진 농업교육을 시켰다. 이와 함께 정부로부터 농어촌 모범 청년으로 선발된 후에는 해외견학과 사례발표 등의 일이 추가되어 바쁜 나날을 보냈다.

   
▲ 지금의 필자가 있기까지 모진 고생의 시간을 함께해준 아내 홍인순장로. 내 옆에 있어준 아내에게 너무 고마울 뿐이다.
1972년도에는 새마을 지도자로 선정돼 마을안길ㆍ농로확장, 환경개선, 마을과 마을간의 협동, 소득증대사업 등을 이끌기도 했다.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급기야는 1979년 우리나라 최고 농업인에게 수여되는 새농민상(像) 종합상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러한 바쁜 나날 속에서 가장 큰 고생을 한 것은 아내 홍인순장로였다. 고생을 모르고 유복한 집에서 성장한 아내 홍 장로는 1970년 22살의 나이로 필자에게 시집을 왔다. 비록 그 당시 필자 또한 소위 잘나가는 농업인이었다고는 하나 벼 6백 가마와 소 50마리를 키우는 농사꾼의 아내에게는 그야말로 일복이 터진, 고생의 나날이었다.

본인의 몸을 돌볼 사이도 없이 농사와 축산을 돕고, 일꾼 및 교육생들의 매 끼 식사를 책임지면서 곱디 곱던 아내는 억척스러운 시골 아주머니가 되어 있었다. 1979년도 새농민회에서 수여하는 종합상 대상을 받으러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가는데 물끄러미 차창을 바라보던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오랫만의 외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동한 것인가 했더니, 지난 10년 동안의 세월을 반추하면서 차창에 비친 자신의 투박한 시골 아낙이 된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필자 또한,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리다보니 가장 가까이에서 조력하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49kg의 날씬한 처녀의 몸은 66kg의 아줌마의 몸으로, 백옥 같던 손은 굳은 살 가득한 두꺼비 손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 10년간 아내는 옷도 사입을 줄 모르고 난생 처음 겪는 고생을 여린 여성의 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사실 돈도 있었고 명예도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생만 실컷하던 삶이 아니었던가.

모든 농민들이 꿈꾸는 새농민회 종합상 대상을 수여받으러 가는 길, 상을 수여받는 기쁨보다도 무엇을 위해 이리도 달려왔던가 하는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우리 부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날 이후 아내는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 매일 밤마다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은 모두 돌아봤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고 병세에도 차도가 없었다.

아내는 이후 약 3년 동안을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서서히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 것이 어릴 적 다니던 교회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내에게 교회 출석을 권하자 여러 번 거절하던 아내도 끈질기게 권하는 필자의 부탁과 권유에 못이겨 1984년 1월 14일 삼성교회를 출석하게 됐다.

비록 작은 교회였지만 우리 부부는, 너무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성도들의 환대에 좋은 인상을 받고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며 아내의 회복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날 저녁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병을 앓기 시작한 지 약 3년만에 처음으로 깊은 숙면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아내는 차츰차츰 건강을 회복했고 마침내 완치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됐다.

우리 부부는 병을 고쳐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표시로 충성과 순종의 서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도 아내는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고 쓰시고 싶어하는데 말을 안들으니까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쳐서 하나님께로 인도했다"며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이 자신의 덕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류광열
삼성교회 장로ㆍ갈릴리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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