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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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7일(목) 09:59

김재영 / 성안교회 목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극심한 경제 불경기에 시달렸지만 기부 역사상 최대의 기부금을 기록했다고 한다. 고소득 전문분야의 기부자는 줄었지만 공히 '김밥할머니 파워'의 소액 기부자들이 예상외로 늘어난 덕분이다.

최근 기부문화 진원지는 지난해 2월 20일 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직후로 볼 수 있다. 온 국민적 관심사가 고인 생전의 나눔과 섬김 사례들이 소개 되면서 전국민들에게 애틋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후 가장 주목할 점은 정기 기부 후원자 수가 11만명이 넘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한 달 수입이 2백만원 이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대부분의 천재지변이나 대형재난 등에 따른 난민들에게 가장 먼저 기부한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 서민들이었다.

그런데, 이즈음에서 한국교회는 교회 밖의 이러한 나눔의 소리에 어떻게 귀 기울이고 있는가 싶다.
일찍이 성장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지 1백20년 동안 교회는 어느 시대에서나 대부분의 리더십을 선도하며 사회적 지도층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자태가 드러나는 언덕위의 동네였다. 그래서 나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의 소리가 높아지며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요구하는 기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는 이 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가 사회적 지도층을 형성하는 기독교계에서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성숙한 선진사회를 이끌던 나눔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세움의 장소인 교회에서부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해야 되는 때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한 이는 예수이다. 2000년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인간이 점점 소유 개념에 눈을 뜨면서 신분과 계급의 시대도 함께 막을 열었다. 그리고 과거 속에서 우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높은 자와 낮은 자의 괴리 속에서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 땅에 온 예수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어주고, 나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제자들의 발을 친히 씻겨주었고, 마침내는 십자가에서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소유인 목숨을 내어주기까지 이 세상을 사랑하셨다. 이는 우리의 소유가 본래 우리 것이 아니었음을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게 가장 한국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람은 경주 만석꾼 최 부자다. "부자 삼대를 가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고 무려 10대 동안 진사를 지냈고 12대 동안 만석꾼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3백년동안 귀족의 의무를 다한 그 가문의 영광은 최 부자의 유명한 6가지 교훈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여섯가지 가훈은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 것.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할 것. 셋째,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 것. 넷째, 과객을 후히 대접할 것.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올 때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을 것. 마지막으로 자기 집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가훈인가. 특히 흉년기에 땅을 늘리지 않게 한 것은 그가 부당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모범일 보일 것이다. 이는 사회적 지도층으로서 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는 명예와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들은 세계 굴지의 교회로 성장하였고, 사회적으로도 각각의 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는 지금에 더욱더 희생과 봉사로 사회를 품으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눔과 섬김을 필요로 하는 곳곳에 온정의 손길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나눔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실천이 요구된다.

신약성서 골로새서 3장 12절 이하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은 '하나님이 택하여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가 '긍휼과 자비의 옷'을 입는 마음가짐과, '사랑의 온전한 띠'를 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 '예수의 나눔의 삶'을 본받아 우리 모두가 앞장서 실천해야 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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