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 아름다운세상 ] 25년간 교정선교에 힘써온 재소자들의 어머니 허부경전도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1월 05일(화) 12:33

 

   
▲ 지난 12월 22일, 집회에 참석한 재소자들이 복음의 메시지에 반응하고 있다.

【전주=김혜미기자】 2009년에도 변함없이 성탄의 기쁨은 거리마다 가정마다 넘쳐났다. 복음의 빛은 교도소 담장 너머 재소자들에게도 환하게 비쳐졌다. 아기 예수 성탄을 앞둔 지난 12월 22일, 전주교도소내 교회당은 2백50여 명의 재소자들로 가득찼다. 시루떡을 바라고 나아온 사람, 말씀양식에 굶주려 나아온 사람들이 한데 뒤섞인 공간에는 '떡과 복음'을 향한 갈망이 공존했다.

몇개의 철문을 통과해 들어선 교도소의 교회당 팻말이 보이자 안에서부터 "기쁘다 구주 오셨네" 찬양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자, 푸른 빛깔의 재소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교도소내 평화의동산 주님의교회 성가대의 찬양이 울려퍼졌다. 무반주에 약간씩 흔들리는 화음을 무색케한 '천상의 목소리'였다. 찬양이 끝난 뒤 훤칠한 키의 한 여성이 남성 수용자들 앞에 섰다. 광주 목포 청송 여주 원주 장흥 군산 등 전국 교도소를 방문하며 재소자들에게 '복음과 떡'을 함께 전해온 허부경전도사(아델리안교회, 합동)였다.

"한번만 예수님께 묻고 행동했더라면, 여러분도 이곳에 오지 않았을텐데… 그렇지만 여러분이 죄를 지었다면 저는 오늘 여기 서지 않았을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하는 재소자들을 향해 허 전도사는 "성경에 답이 있다"며 선악과에서부터 죄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록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라는 로마서 말씀을 기초로 하나님 앞에 누구나 다 죄인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그는 "한번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시는 죄짓지 않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 허부경전도사.
"문제의 답을 알면 시험이 쉽죠? 인생의 목적을 안다면 소망이 있습니다. 토끼는 눈앞의 현상만 보았고 거북이는 목적이 있어 끝까지 경주했습니다. 예전에는 육신의 것이 크게 느껴졌지만 영원한 것을 깨닫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이세상은 잠시 잠깐이고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지금 주어진 현상만 보지 마시고 그 나라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아멘 아멘." 회중 속에서 터져나온 신앙의 고백들이 깊은 울림으로 메아리쳤다.

무표정한 얼굴들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성경구절을 찾던 그 다음 순간이다. "너무 느링께 내가 그냥 읽어버릴랑께." "하나님 말씀들어야 하죠? 그지라잉 그죠잉∼." 이어서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눅 2:10∼11)', 복음의 메시지가 선포됐다. "천국을 소유하는 놀라운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는 격려에 앞자리에서부터 한두명씩 손을 들고 믿음의 결단을 표현했다. "예수님 믿는 사람들 바보가 아니에요.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허부경전도사가 이렇게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한지도 어느덧 25년. 그동안 재소자가 출소 후 신학교에 가거나 교도관이 개종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녀 살인사건 주범으로 36년간 감옥살이를 한 스님이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라며 개종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적당히 끼니를 때우는 수준의 식사는 기본. 과로로 17일간 입원하기도 하고 구안와사가 왔을때도 침을 맞고 집회를 인도했다. 하루에 3곳씩 강행군을 펼치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2번이나 폐차를 했던 적도 있다. 물론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았다"고.

이날 동행한 아델리안교회 전동신장로는 "전국을 다니다보면 지칠만도 한데 즐겁고 보람있게 하시는 것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하나님이 하시니까 하지 아니면 몇번이나 접었을 거에요." 허 전도사는 오랜시간 교정선교를 지속해온 것에 스스로도 놀란다고 했다.

"도움되죠, 당연히 되죠." 전주교도소 사회복지과 교회사 박영기계장의 말이다. 박 계장은 "전도사님이 자주 오시는데 재소자들이 다 좋아해서 다른 집회에 비해 많이 나오고 조용하게 임하는 편"이라고 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행사를 모두 관장하고 있는 그는 "죄를 짓고 이곳에 왔지만 어느 종교를 통해서라도 마음에 안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순간적인 죄의 유혹에 약한 이들에게 천마디중 한 마디라도 와닿아서 뉘우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용자를 상담하거나 기도해주는 모습을 볼때 감명을 받기도 한다고.

   
▲ 예배 후 자매수용자와의 면담이 이어졌다.
성가대 가운을 입은 한 재소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새로운 찬양을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곳에서 생활한지 15년"이라는 그는 "새로 들어온 형제들이 신앙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 예배 후 허부경전도사와 자매결연 수용자 L씨와의 면담시간이 이어졌다. "성경요절을 적어가며 읽어야 내것이 되는 거야. 가능하면 주석도 보면서." 중범죄를 저지른 무기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화한 얼굴빛의 L씨에게서 복음의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예수님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지켜보던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다시 철문을 지나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길, 벽에 걸린 액자의 문구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낙타는 걸어온 길을 결코 되돌아보지 않는다."

 

 

"'재범률 감소'가 숙원,  생명있는 순간까지 사역 지속할 것"
  교정선교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한 허부경전도사. 그동안 일대일 자매결연을 통해 영치금 및 신앙서적, 재소자 자녀 장학금, 병원 치료비 지원, 교도소 기자재 기증 등 교정선교는 물론 군부대 방문 및 교회 건축 등으로 군선교 사역에도 동참해왔다. 현재 법무부 광주 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장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법원 지원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교정선교에 뛰어들게 된 그에게는 오래된 숙원이 하나 있다. 바로 재소자들의 '재범률 감소'다. "이들은 다시는 오기 싫어하면서도 결국 돌아올 곳은 교도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받아줄 곳이 없기 때문이죠." 허 전도사는 "흉악범일지라도 다 순한 양"이라며 "하나님 생명으로 거듭나면 재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을 교화시키는 것은 채찍과 징벌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한사람 전도하기도 힘든 때 수백명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즐겁게 사역할수록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더군요." 굴지의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역자로 허 전도사는 "주님의 일을 했더니 주님은 우리의 일을 책임지셨다"는 고백과 함께 "생명있는 순간까지 이 사역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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