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1. 한국장로교출판사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1월 05일(화) 12:32

말씀으로 세상을 디자인한다

호롱불 아래 책장을 넘기던 풍경은 이제 고전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됐다. 누구나 한번의 클릭만으로도 원하는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 지식을 재구성하고 검색하는 능력이 각광받을 만큼 우리 주변엔 많은 지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검증된 것은 없고 나만의 것이 아닌 공공의 지식이다. 디지털문명으로 인류는 '속도'를 얻었지만 '깊이'는 잃어버린 듯 하다. 오랫동안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도구로 존재해온 책. 묵묵히 책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그 혜택으로 오늘도 양질의 도서들을 만난다. 종이에 소금 한마디, 빛 한마디 담아내겠다는 일념하에 문서선교 최전선에 서서 달려온 사람들. 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매월 1회 출판사 탐방에 나선다.

   
▲ 선교사들의 신앙정신을 이어받아 복음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한장사 직원들.

한국장로교출판사(사장:채형욱, 이하 한장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10년 '말씀으로 세상을 디자인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세상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것. 본교단 총회 출판국으로 시작된 한장사는 1992년 제77회 총회에서 '한국장로교출판사'로 위상이 승격되면서 첫번째 변화의 전기를 맞이했다. 본교단 뿐만 아니라 한국장로교회를 비롯한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출판사, 21세기를 준비하는 출판사로의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변화의 기틀을 마련한 뒤, 1997년 한장사는 현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별관으로 이전했다. '미국연합장로교회 한국선교사'를 집필한 노해리선교사(Harry A. Rhodes)와 기독교방송 설립자 감의도목사(DeCamp) 등이 거주한 공간. 직원들은 이들의 신앙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도 복음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땀방울의 결과로 1989년 최우수 번역상(기독교사상사), 1991년 최우수 기획편집상(총회장 논설집), 1995년 최우수 저작상(세계교회사), 2009년 어린이부문 최우수상(퍼즐바이블) 등의 기독교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장사의 정체성은 교단 출판사로서 문서선교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 그간 총회 정책에 필요한 자료 및 도서 제작, 전국교회를 위한 양서 기획 및 보급 등을 통해 교단 발전사의 전 과정에 함께 해왔다. 교단 교재를 비롯해 헌법, 예배ㆍ예식서, 총회 주소록, 각종 보고서 등도 모두 한장사의 몫이다. 보고서나 주소록 같은 경우 한자라도 틀리면 큰일이기에 담당 직원들은 장시간 글자와의 씨름에 나선다. 초교 재교는 기본, 3교 4교에 이르기까지 "손떨면서 교열본다"는 후문이다. 편집팀의 청일점인 오현택씨는 "교열쪽에 남자들이 적은 편이라 놀라기도 하시는데 나름대로 큰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들 많이 챙겨주셔서 혼자 남자라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고 전하기도.

   
▲ 기획회의 중인 직원들의 모습.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장사는 다시 한번 변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교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명분'과 함께 '수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도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올한해 '목회자'에서 '평신도'로 한발짝 중심을 이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한장사는 목회실용서 및 신학전문도서, 목회상담, 절기자료 등 목회현장을 지원하는 도서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펴냈다. 앞으로는 평신도 및 일반인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기독교 관점으로 본 해리포터', '오프라 복음서(가제)' 등이 올해 출간될 예정이다. 직원들에게는 팝아트, 디자인교육, 저작권 관련 세미나 등 다양한 교육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2백%의 능력발휘가 요청되기 때문이다. 이현주 편집과장은 "총회 기관으로서의 필요에 부응하면서도 대중성을 높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결국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기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장 채형욱목사는 "편집자가 편집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책도 만들 수 있는 종합예술을 지향한다"며 "올해 직원들이 직접 책을 집필할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장사의 시계는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새로운 커리큘럼 연구에 돌입하는 4월∼5월초와 가을 총회를 앞두고 가장 바쁘게 돌아간다. 공교롭게도 연중 날씨가 가장 좋은 시기. 모든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놀러나갈때 이들은 연일 '야근모드'로 돌입, 한땀 한땀 글자로 수를 놓는다. 3개월된 신입사원 김은희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교회를 위한 일에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무엇보다 문서사역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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