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지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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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9일(화) 11:34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북극의 빙하가 녹고, 태풍, 해일, 가뭄, 홍수, 산사태 등 위협적인 자연재해가 지구 곳곳에서 빈번해지고 재앙의 모습으로 인류에 다가서고 있다. 그로 인해 지구의 종말까지도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국제적 목표와 시기, 방법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19일 코펜하겐에서 폐막된 기후 정상회담에선 영향력 있는 약속을 만드는 데 결국 실패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 특히 기후 재앙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그 누구 이상으로 '절망'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툰드라의 언 땅이 녹아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얼음으로 덮어진 바다로부터 복사열의 반사율이 낮아진다면, 지구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국의 길로 치닫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살 곳이 없다.

더 이상 책임을 따질 시간이 없다. 그러기에 지금의 '아주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 또 그 안에서도 창조를 사랑하는 이들의 책임이 무겁다. 이번 회의에도 그들이 참석했더라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나님의 창조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본 생각이다. 우리 가운데 몇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각종 문명의 이기들이 주는 편안한 생활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지금껏 별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그저 무감각하게 지구의 고통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던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진정시킬 기회의 문이 영원히 닫힐 것이라는 경고를 들으면서도, 재앙에 대한 두려움 이전에 다른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성장을 추구하고 교토의정서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원자력발전이나 4대강 사업에 매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참 어렵다. 물론 좌절하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는 지구가 지금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고통 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하나님의 자녀가 바로 우리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고 하였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하신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의 자리를 마음 깊이 새겨보자.

그 기초 위에서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절절한 위기(危機)를 바라본다면 분명히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危險)를 넘어 새로운 기회(機會)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오만과 탐욕이 불러온 '위기의 지구'에서 또 다시 우리 인간만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런 기회가 아니라, 창조된 모든 생명들과 복을 나누는 '복의 근원'이 되는 그런 기회를 말이다.

교회는 성도들로 하여금 그 동안 돌보지 않고 퍼 쓰느라 미처 듣지 못했던 지구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줄 수 없는가. 또 그 소리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하고 행동하게 해줄 수 없는가. 지난 한 해 총회 환경보전위원회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더불어 기후 관련 지도자를 양성한 것은 그런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는 우리 교회 차례다. 창조동산을 보살펴야 할 책임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교회에 환경위원회를 두어 우리에게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주님은,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조금 불편한 삶'을 사는 우리를 보시고, 칭찬하시며 머지않은 미래에 새 하늘 새 땅을 허락하실 것이다.

지금 지구가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우리에게 사랑을 호소한다.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는다(요일 4:18)"고 했다. 진심으로 창조를 사랑함으로 기후 붕괴로 인한 지구 재앙의 두려움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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