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부락에 세워진 십자가'

[ 디아스포라리포트 ]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조후교회'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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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9일(화) 11:18
김병호 / 목사ㆍ일본 선교사

일본 동경의 변두리에 있는 조후시(調布市)의 다마천 강변에는 질좋은 자갈이 많이 있어 2차대전 때에 비행장 건설 공사 등에 필요한 자갈을 채취하는 작업장에 일을 하기 위해 모여온 우리 동포들이 강변에 가건물을 지어 살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조국이 해방되어 많은 동포들이 귀국했지만 돌아가지 못한 수 백명의 동포들이 남아서 동네를 이루고 살았다. 그들을 전도하기 위해 1949년부터 동경교회가 당시 동경신학대학에 재학중이던 이종성신학생(후 장신대 학장)을 보내어 우선 주일학교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였다.

   
▲ 1955년경, 목조건물의 교회당 앞에서 이인하목사(맨 오른쪽)와 동경신학대학에 유학와 있던 박형규목사(오른쪽에서 두번째).
그러던 중, 1950년 가을 한국에 6ㆍ25동란이 일어나자 부산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호주장로교회의 여자 교육선교사인 뮤리엘 위더스(Muriel Withers)가 전쟁을 피하여 일본의 동경에 와서 지내는 중에 동경교회와 협력하여 집회를 시작함으로 전도소가 시작 되었다.

설립자 겸 초대 교역자였던 이인하목사는 젊고 유능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는데 동경신학대학 신학생 시절에 이종성신학생과 함께 동경교회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그는 동경신학대학을 졸업하면서 목회지를 찾고 있을 때에 일본여성과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기존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지 못했다. 그 당시 동경교회 오윤태목사는 임지가 없는 이인하강도사를 조후에 보내서 개척을 하게 한 것이다.

이인하목사는 약 5년간 교회를 개척하여 대지를 매입하고 작은 교회당을 건축해 헌당하였다. 그는 경북 인동에서 출생하여 15세때인 1940년에 일본으로 건너와 교토(京都)에서 기독교에 입신하여 동경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동경조후교회에서 약 5년간 목회한 후에 캐나다 존 낙스 신학대학에 유학을 하였다. 유학에서 돌아와 동경에서 가까운 가와사키(川崎)교회에서 은퇴할 때까지 목회하였다. 이인하목사는 재일대한기독교회 총무로서 오랬동안 섬기면서 마이너리티교회인 재일대한기독교회를 세계교회에 알리는 큰 역할을 감당하였다. 총회장을 역임한 후에는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회장까지 역임한 큰 인물로서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큰 공헌을 하였다. 이인하목사는 재일대한기독교회 선교1백주년을 맞이한 지난 2008년 6월30일에 별세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의 학장을 역임한 이종성박사는 이인하목사 보다 1년 먼저 동경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목사 안수를 받고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의 경력에 대하여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인하목사의 유학 이후에 동경조후교회는 전임교역자가 없어 가까운 동경신학대학에 유학와 있던 목사들이 강단을 맡아 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분들이 박훈주목사(대구 계성학교 교목 역임), 박석규목사(정릉교회 원로) 등 이다.

약 10년 동안 전임교역자가 없던 때를 지나서 1968년부터 동경신학대학의 강영일신학생이 부임하여 목사가 되고 26년간의 긴 세월을 목회하였다. 강영일목사는 일본에서 태어난 2세로서 적극적인 목회적 역량을 가지고 지역의 일본 시민들과 연대하여 재일동포 인권문제를 다루며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물래회'를 창립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1979년에는 목조건물인 구 교회당을 헐고 현재의 새로운 교회당을 건축하였다. 1993년 10월 재일대한기독교회 총무로 선출되어 사임할 때까지 어려운 교회에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동경조후교회를 시무했던 두 명의 목사가 총회 총무를 역임하게 된 것은 교회로서 기쁜 일이다.

필자는 강영일목사가 사임한 후, 1994년 4월에 동경조후교회에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 교회가 있는 다마천 강변 동네는 일본인들과 어울려 살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재일동포만 사는 동네였기 때문에 이곳을 일본인들이 '아파치 부락'이라 하여 왕래도 없었고 개발도 늦어졌다. 택시 운전사들도 가기 싫어했다. 재일동포들이 좀 거칠었던 것이었을까? 이러한 아파치 부락에 재일동포 선교를 위한 교회가 58년 전에 세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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