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습니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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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월) 19:13

박중근/목사 ㆍ 동서울교회

신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담임목사로 사역한지도 벌써 13년째다. 그런데 이제야 목회자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으니, 먼저는 우리 주님께 죄송하고 다음은 나 자신에게는 크게 부끄럽고, 그리고 교인들에게는 많이 미안할 뿐이다.

목회자가 감당해야할 '사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의 나와 같은 목회자와 구원받은 모든 성도들이 이 땅에서 오직 감당해야 하는 사역이 바로 복음을 전하고(Preaching Ministry), 가르 치고(Teaching Ministry), 치유하는 사역(Healing Ministry)이라는 것이다(마4:23). 물론 나는 장신대 신대원 수업시간에 교수님들로부터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 동안 하신 사역이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고 치유하신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때 그 모든 것을 수업의 하나로 여기고 단순한 지식적인 앎으로 지나쳤다. 그 뒤로 나는 교회사역의 현장에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셨던 사역의 중심이 '하나님 나라'라고 자주 강조하고 가르치면서도 하나님 나라를 나의 사역과 삶의 중심으로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내가 근자에 와서야 하나님 나라가 목회자인 나와 성도들의 삶의 중심인 것을, 아니 전부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나니 그간의 내 모습이 주님께는 너무나 죄송하고, 나 자신에게는 크게 부끄럽고 교인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목회 중반을 감당하고 있는 지금에라도 깨닫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깨달음 이후 나는 내가 섬기는 사역현장에서 이것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 "이제부터 저와 여러분이 진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역(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주님께서 우리에게 분부하신 대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듣든지 아니 듣든지 오직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직도 삶의 방향과 목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말씀으로 깨우치고 가르쳐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여 온갖 것에 묶여 살아가는 자들을 치유하고 자유하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에 대한 본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일에 눈 돌리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확장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된 나의 사역에 대해 우리 교인들은 별 반응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반응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이유는 예수님 당시에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사역에 대해 제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그 사역 때문에 제자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당하셨고, 결국은 가룟 유다의 배신과 함께 죽음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40일 동안 이 땅에 계시면서 제자들에게 여전히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을 말씀하셨고 부탁하셨다.(행1:1-3) 특히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성령님으로 충만하라고 말씀하셨다.(행1:5)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 나와 우리 교인들을 향해서 성령의 충만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우리 역시 오직 성령으로 충만하지 않고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분부하시고 남겨 주신 가장 소중한 그 사역인 하나님 나라의 일(복음 전하고, 가르치고, 치유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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