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지혜로운 결단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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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월) 19:10


고액 과외학원에서 가르치는 자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연년생 형제가 공부를 하는데 동생은 잘 하는데 형은 좀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보기에 동생은 공부를 잘해서 명문학교에 들어갈 것 같은데 형은 흔히 말하는 명문학교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부모의 실망이 얼마나 크겠으며 본인의 자괴감은 얼마나 클까 벌써 걱정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자녀가 공연히 고생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가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면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다. 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있는데 정작 교육을 받는 자녀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경우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부모가 이렇게 뒷받침을 해주는데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논리적으로 말이 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는 말씀을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것이다. 그 말씀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을 것이다. 하나님이 능력을 주시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데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는 열심히 기도하면 학교 공부를 잘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하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하나님이 능력 주시는데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아주 신앙적인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러나 이 말씀의 의미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교회를 향해 자기가 풍부에 처할 줄도 알고 빈궁에 처할 줄도 알아서 자족의 비결을 배웠다고 한 후에 한 말이다.(빌 4:11~12) 즉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믿음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자녀들에게 적용하기보다 부모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도, 좀 못해도 수용할 수 있는 자족의 비결을 배워서 어떤 상황에든지 감사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게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 속에 숨겨진 의미이다.

그렇다고 공부 못하는 아이의 인생은 포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문하고 싶다. 우리 가정의 아이들만 해도 셋이 너무 다르다. 능력도 다르고 재능도 다르다.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누구는 뛰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다 귀한 아이들이다. 하나님은 모든 아이를 다르게 창조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그 아이에게 주어진 독특한 재능이나 능력을 발견해서 개발시키면 얼마든지 멋진 인생을 살도록 도울 수 있다. 다만 부모들이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부모들에게는 사랑하는 아이보다 당장 눈앞에 성적, 그리고 코앞의 입시가 더 중요하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것 역시 현실적으로 걸맞지 않는 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자녀를 대학에 많이 보내는 나라가 별로 없다. 교육열이 높다는 일본보다도 월등이 높다고 한다. 정작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필요한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대학을 나오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청년실업의 구조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래도 부모들은 대학에 갈 능력이 안 되고, 꼭 갈 필요가 없는 아이도 무작정 보내려고 한다. 그 결과로 멀쩡한 청년들이 대학을 나온 후에 그냥 놀기도 하고, 대학을 나오고도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것을 바로 학력의 인플레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답답한 일이고 가정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며 사회적으로는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 보는 크리스찬 부모들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부모에게 필요한 지혜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무작정 남이 하는대로 따라하지 않고, 우리 아이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아이들 개인도 행복할 수 있고, 가정도 회복될 수 있으며, 사회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부모들의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방선기/직장사역연구소 소장ㆍ기윤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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