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뿌리를 튼튼히...

[ 문화 ] 2010년 기독문화계 전망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12월 24일(목) 11:12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로 부상하면서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도 높아졌다. 더이상 '의식주'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문화적 동물'이라는 명제가 21세기 현대인의 삶을 대변해주듯이 이미 목회현장에서 '문화'는 간과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도구가 됐다. 이에 기독교 문화도 매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잠재적 수요에 비해 아직까지 그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에겐 '창조적인 유전자'가 내재돼있으니까. 2010년의 문을 열며 '기독교 문화'는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꾼다. "준비, 땅! 이제부터 시작이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로 진입한 이후 이제는 누구든지 콘텐츠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얼마전 L기업의 사장은 사보를 통해 직접 촬영한 사진과 CEO 메시지를 조화시키며 사원들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상호작용'시대의 대표적인 사례. 최근 아이폰 열풍이 심상치 않은 것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증한다. 이에 교회의 발빠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본교단 총회 문화법인 최은호목사는 "교회가 문화와 함께 세상과 만나고자 할때 이제는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치에 상응할 수 있는 수준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2010년 문화법인의 중요한 사업방향도 양질의 콘텐츠 생산 및 보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고급 문화콘텐츠들을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만큼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눈높이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메시지 전달효과가 뛰어난 영상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 최 목사는 "워낭소리'등의 성공으로 단편위주에서 장편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우리나라 독립영화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교회내 젊은 영화인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재능을 통해 신앙을 표현하기 원하는 이들을 위한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교회는 문화행사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윈윈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질높은 콘텐츠 생산에 앞서 문화의 뿌리를 다지는 일이 선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CBS 라디오 '크리스찬 매거진'의 진행자 이의용소장(교회문화연구소)은 문화를 '뿌리'와 '꽃'으로 구분하고 "기독교의 현재 문화는 뿌리만 있고 꽃은 없는 형태로 존재하거나 꽃은 있지만 뿌리가 없거나 전혀 다른 뿌리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많다"고 진단했다. 껍데기의 문화에 익숙해진 결과 꽃만 좋아하게 된 상황이라는 설명.

그는 "청년들이 감성문화에 주도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라며 문제제기한 뒤, "말씀에 기초한 지성의 뿌리위에 감성의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문화의 외형을 따라가기에 급급하거나 교회의 역사 혹은 교리의 깊은 해석 등에 문외한이 된 나머지 이단들의 현혹에도 수세적 태도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를 위해 신학교와 개별교회에서부터 자유로운 토론문화 및 독서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말이 안통하는 교회'가 감성문화 일변도로의 흐름을 가속화시킨다는 분석이다.

한편 문화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정신적 영적 가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남대학교 기독교문화연구원 원장 조용훈교수는 '문화'는 '삶의 방식'이라고 전제한 뒤, "물질성장은 이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 교회는 물질적인 가치를 극복할 영적인 가치를 제시해줄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경쟁지향적 문화를 도리어 부추기고 휩쓸려가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되돌아봐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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