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정치인 '섬기는 종' 되라

[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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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수) 10:42
현재 18대 국회의원 2백99명 가운데 개신교인 국회의원이 1백18명(39.5%)이고, 가톨릭 국회의원이 78명(26.1%)이다. 이 둘을 합하면 1백96명(65.6%)이 기독교인 국회의원인 셈이다. 3명 가운데 2명이 기독교인 국회의원이니, 잘 모르는 외국인은 한국이 기독교 국가라고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다. 종교가 없거나 종교를 밝히지 않은 국회의원이 48명이나 있는 것을 미루어보면, 국회의원 신상명세서에 개신교 또는 가톨릭을 자신의 종교라고 스스로 밝힌 이러한 수치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독교인 국회의원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한국정치가 기독교적인 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독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등장한 현 정권 이래로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처음에는 대운하건설과 미디어법 관련해서 힘들더니, 지금은 4대강사업 추진과 세종시 정책 수정 그리고 새해 예산 등으로 인해 국회가 마비 직전에 있다. 혹자는 지금의 국회를 '식물국회'라고 비아냥거린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가 1년에 1억 2천만원이 넘고 각종 의전혜택, 개인사무실과 여러 명의 직원을 지원받는 것 등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1인을 위해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은 3억이 훨씬 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국회의원에게 세비를 주는 것이 도둑맞는 것이나 강도에게 강탈당하는 것보다 아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성탄의 계절이다.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낮은 말구유에 오신 주님, 그것이 하늘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되고 땅에서는 사람들의 평화가 되는 출발이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 섬김을 받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기 위해 왔다고 말씀하셨다. 주님께서는 각종 질병과 사회적인 차별, 가난과 고난 등 세상에서 견디기 어려운 짐을 지고 사는 지극히 작은 자들을 향해서 당신에게 와 참다운 쉼을 얻으라고 초청하셨다. 기독교인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그 분의 삶과 가르침을 자신의 삶으로 체화시켜서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

이제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들의 위치에서 자신의 입장을 재고함으로써 화해와 타협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국회의원의 권력과 면책특권을 누리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대변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인 약자들 편에서 그들의 입과 손발이 되는데 앞장서야 한다. 기독교인 국회의원이라는 자기 정체성이 기독교인들의 표를 획득하거나 기독교인 보스의 이해관계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에너지로 작용해야 한다.

새해에는 주님 때문에 자유로워진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에게서 주님 때문에 종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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