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예수 그리스도는 성부 하나님과 동일한 하나님이시다"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칼빈의 삼위일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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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0일(목) 10:06
황승룡 / 전 호남신대 총장

칼빈은 '기독교강요' 초판에서는 삼위일체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서술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두 번만 언급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칼빈을 피에르 카롤리(Pierre Caroli)는 아리우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때부터 칼빈은 열렬한 삼위일체의 옹호자가 되었다.

이 입장은 반삼위일체론자들인 세르베투스(Servetus), 젠타일(Gentile), 그리고 그리발디(Gribaldi)와 논쟁을 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발디는 제네바에 있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피난민들 사이에서 반삼위일체 사상을 퍼트렸다. 칼빈은 이런 그를 "우리의 신앙의 중요한 항목을 약화시키고 왜곡시킨다"고 하여 1557년 제네바에서 추방하였다.

4년 전에는 세르베투스를 똑같은 죄목으로 화형시켰다. 칼빈은 1531년 세르베투스가 쓴 '삼위일체의 오류에 관하여'(On the Errors of the Trinity)를 의식하면서 그의 1559년 판 '기독교강요'를 저술한 것으로 본다. 그의 '기독교강요'는 삼위일체의 구조에 따라 기술되었다. '기독교강요'에서는 창조주 아버지 하나님,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그리스도가 이룬 구속사역을 적용시키는 성령 하나님, 그리고 교회에 관하여 사도신경의 순서를 따라 차례대로 논하고 있지만 이 모든 진술들의 중심은 삼위일체에 있었다.

칼빈의 삼위일체론을 살펴보면 다음 몇 가지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그는 초대교회가 고백한 삼위일체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의 삼위일체론은 니케아 회의에서 결정된 그리스도의 신성, 콘스탄티노플 회의에서 결정된 성령의 신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삼위일체론은 초대교회와 중세교회가 받아들이고 고백한 삼위일체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삼위에서 사용한 용어상의 차이 뿐이다. 이처럼 그는 교회가 오랫동안 고백한 삼위일체의 신앙내용과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는 하나님의 삼위와 그 일체성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한 분 하나님을 생각하자마자 곧 나는 삼위의 하나님의 광채에 휩싸인다. 그리고 삼위를 분별하자마자 나는 곧 한분 하나님께 돌아간다." 하면서 성부는 행동의 시발자요, 만물의 원천이시고, 성자는 지혜이시자 만물의 질서요, 성령은 아버지의 뜻과 계획을 실현시키는 능력이며 효력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삼위의 하나님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한 분으로 계심을 말한다. 삼위는 각각 완전한 신성과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한 분으로 계심을 주장함으로써 전통적인 삼위일체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둘째, 그의 삼위일체론은 성경적 증거에 근거하고 있다. 칼빈은 삼위일체론이 사변화되거나 추상화되는 것을 극히 경계했다. 칼빈은 비록 성경이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나 분명 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칼빈은 우리의 사고와 언동의 규범은 성경에서 찾아야 하고, 우리의 사고와 언어를 성경에 순응시켜야 함을 말한다.

칼빈은 고대교회가 결정한 정통적 삼위일체 교리를 성경에서 입증하고 확인하려 하였다. 칼빈은 구약에서부터 시작하여 신약에서의 사도들의 증언, 그리고 그리스도가 행하신 수많은 이적들을 통하여 그리스도가 진정한 하나님이심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영원하고 불변하신 하나님이시다. 이 말씀이 창조의 중보자(히 1:2~3)요, 계시와 구속의 중보자이시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하여 창조세계를 지탱하신다(잠 8:22). 또한 이 말씀은 창세 이전에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신 분이심을 말한다.

이렇듯 성자 하나님에 대하여 논한 그는 다음으로 성령하나님에 관하여 논한다. 칼빈은 창세기 1장 2절 "…하나님의 영이 수면위에 운행하시니라"에서 하나님의 영을 성령으로 본다. 그리고 이사야 48장 16절 "…이제는 주 여호와께서 나와 그의 영을 보내셨느니라"에서 그의 영을 성령을 가리킨다고 한다. 바로 이 성령이 인간과 우주에 편만하게 계시어 모든 것을 지탱하시고, 성장케 하시고, 생기 있게 하시며, 중생하게 하시어 거듭나게 하심을 말한다. 이처럼 성자, 성령은 모두 하나님이시지만 서로 구별된 분이심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칼빈은 각각 세 분의 위격을 말하면서도 세 위격의 본질적 통일성을 말하기 위해 세례가 세 분의 위격의 본질적 통일성을 가져온다고 하였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주는 세례가 한 본질 아래서 세 위격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셋째, 그의 삼위일체론은 구원론을 확실히 세우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하여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교리사를 살펴보면, 삼위일체론은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하나님과 같은 하나님이시다"라는 신앙고백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믿고 예배하는 그리스도가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고백에서 비롯되어 삼위일체론의 교리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삼위일체론은 출발점은 그리스도론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라는 신앙은 구원론에서 비롯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실 때만 인간의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위일체론에는 구원론적인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칼빈이 반삼위일체론자들을 가리켜 '독사들', '허튼소리 하는 아이들', '불한당들', '궤변들', '사악한 불합리한 것들'이라 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확실성 없이는 구원에 대한 확실성 역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칼빈의 삼위일체론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구원론에 있었다. 진실로 하나님이신 분만이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음으로 삼위일체론은 구원론의 토대였다. 또 칼빈이 삼위일체론을 논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증거하는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유대교, 이슬람교,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더불어 삼위일체론을 반대함으로 단순한 유일신주의에 되돌아가려던 모든 시도들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삼위일체의 교리는 신,구약성경이 증언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으로서 다신론, 범신론, 이신론, 유신론, 심지어는 유일신론이 말하는 신의 개념과 상이한 분이시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삼위일체의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삼위일체로 계시는 하나님을 믿고 이 하나님만을 예배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님의 존재 양태인 삼위일체론을 지나치게 인간의 논리나 이성을 적용하여 해석하려는 모든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 하나님의 존재양식인 삼위일체의 신비를 신비 그대로 받아들이는 믿음이 우리에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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