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 문화 유감((11월 14일자, 제2729호)' 기독공보를 읽고

[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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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화) 19:13

김충렬/목사ㆍ영세교회

한국 개신교회가 이 땅에 들어 온 지도 어언 1백30여 년이 되어 가지만, 유교적 사고 방식 때문에 진정한 교회가 되어 가는데 많은 장애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서리집사, 권사, 안수집사, 장로의 제직분을 역할 분담보다는 하나의 서열로 이해하여 상명하복식의 수동적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70년대 이후 나라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심해져 가고 있다. 그 원인은 지난날에는 목사, 장로가 희생하는 직이요 십자가 지는 직이요, 순교하는 직분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그 직분이 세속적 의미에서 높임 받는 직이요, 영광 받는 직으로 오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한국교회 안에서는 날이 갈수록 많은 경우 세속적인 마음에서 장로나 권사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가 깊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한 마음과 자세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장이 바로 항존 직분 임직 예식이다. 즉 대개의 경우에 보면 주일 오후시간에 축하 화환이나 화분이 교회당 안팎에 가득 진열되고 임직 받는 이들의 가족, 일가친척, 친구, 관련 있는 이들 등이 중심이 되어 모인 가운데(교회당 밖 접수대에서는 축금, 축품 등 접수도 받고) 마치 장관 취임식과 같은 분위기에서 축사와 축가도 듣고 축하 꽃다발과 박수를 받으며 값비싼 기념품도 내어 놓는다. 식이 끝나면 기념 선물도 나누어 주고, 축하 인사를 받고 축제 분위기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그 이후 축하 잔치에 참여한다. 목회자부터 이런 임직예식에 대해 별 문제의식 없이 계속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도저히 교회 직분을 하나의 서열로 이해하는 잘못된 의식 구조가 바뀌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의 경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1대 목사님이 먼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 재임시나 퇴임시에 2대 목사인 필자에게 문제를 지적해 주었다. 그러한 것이 동기가 되어 필자는 성경에서 직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기도하던 중 당회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거기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항존 직분 취임자의 종의 자세 확립' 중심한 철저한 교육 훈련과 함께 아래와 같은 두단계의 임직 예식 개혁 방침을 제안, 의결을 거쳐 다음과 같이 실시하게 되었다.
 1단계 : 임직예식 시간대 변경 - 위임받은 후 첫 장로 임직예식부터는 그간 주일 오후에 따로 시간을 정하여 하던 것을 3부 예배시에 간단히 거행하도록 했다. 임직 받는 이들의 가족과 친지 중심의 축제 분위기의 임직예식을, 본 교회 교인 중심의 엄숙한 예배 분위기로 전환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2단계 : 임직예식 분위기 개선 : 1992년 9월 6일의 임직식부터는 분위기를 축제 분위기에서 중직을 받는 분위기로 변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를 새롭게 시도했다.
 첫째, 임직예식 순서에서 축사의 순서를 빼며, 축가대신 특순을 도입한다. 둘째, 순서 담당자, 임직자, 가족이 꽃을 달지 않는다. 셋째, 어떤 순서에서도 박수를 하지 않는다. 넷째, 임직자들이 담임목사에게 선물하는 것은 물론 교인들에게도 선물하는 것을 금하며, 교회에 단체로 헌금하는 것이나 기념품을 내어 놓는 것도 금한다. 다섯째, 임직예식 시간에 꽃다발 증정하는 것을 금한다. 여섯째, 방명록에 서명 받는 것 외에는 축품, 축금 등을 공적으로 접수하지 않는다. 일곱째, 공사간에 "축하합니다"라는 말 대신에 "더욱 수고하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하도록 계도한다.
 이런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로 우리교회의 항존 직분 임직 예식의 분위기는 현저하게 달라졌고, 직분을 하나의 세상적인 서열로 보는 분위기도 차츰 바뀌어 가고 있다. 임직예식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까하여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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