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끝에서온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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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화) 19:03
파라과이 임성익선교사
내가 처음 파라과이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약 1만5천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랫동안 파라과이에 닥친 경기 불황으로 인해서 다 떠나가고 약 5천명 정도가 남아 있다. 현재 한국 사람들은 벤데(Vende:가가호호 방문하여 작은 상품을 파는 행위), 제품업, 옷가게, 양계업, 데스펜사(Despensa: 한국의 슈퍼마켓과 비슷함), 전자가게, 액세서리, 운동화 가게, 식당업, 여행사, 생산공장(학용품, 아이스크림, 원단, 화장지 등) 을 비롯해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여러가지 물건들을 수입해서 파는 수입상까지 매우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 전통음료인 테레레를 마시고 있는 파라과이 현지인. |
아순시온에 나온 그들이 호주머니가 비어가자 생계 유지를 위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벤데였다(Vende: 파라과이에서 성행하는 상업 행위인데 집집마다 방문을 하면서 물건을 팔고 주 단위로 수금을 하는 할부판매방식이다). 처음에는 이민생활에 쓰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을 이웃 현지인들에게 내다 팔았는데 너무 반응이 좋았다. 한국인들의 강한 생할력과 끈기 그리고 장사 근성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금방 자리를 잡고 나갔다. 농사는 못지으면서도 장사는 끝내주는 민족이다. 나중에 어떤 사람은 서반아어를 한마디도 못하면서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다음날 벤데를 나갔다고 한다. 제품과 옷가게 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시장 앞에서 까실랴(Casilla: 좌판식의 가두 판매가게)로 시작하다가 얼마 안가서 우리나라의 동대문의류상가와 같은 보난사 시장과 그 주변의 상권을 거의 장악아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어글리 코리안들이 생겨나고 돈을 벌면 제 욕심만 차리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 살기 좋은 나라로 재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면서 한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현지인들에게 많이 배척을 당하게 되면서 남아 있는 한인들이 자성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현지인들 위한 장학 사업을 펼치는 등 현지인들과 친선을 다지며 우호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라과이에는 산과 바다가 없어서 특별한 관광지가 없기 때문에 휴가를 잘 가지 않는다. 그대신 축구, 배구, 테니스, 골프 동호회들을 만들어 여가 선용을 하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긴다. 그래서 파라과이 한인들은 잘 모이고 단합이 잘된다. 그러다 보니 파라과이는 남미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자랑할만한 일들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파라과이 한인들이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문교부에서 정식으로 인정하는 전일제 한국학교를 자체적으로 세웠다. 거의 모든 자녀들은 현지인 학교에도 보내고 한국학교에도 다닌다(이것은 현지인 학교가 오전이나 오후 수업만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학교 때문에 파라과이 1.5세나 2세들은 한국어 실력이 세계 어느 나라 이민 2세들보다 뛰어나다. 둘째, 그래서 파라과이 2세들이 세계 어느 나라 교포 자녀보다 한국대학에 많이 진출하는 비율이 높고 학습 적응률이 높다. 셋째, 2세들이 한국말을 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교회학교에서 유일하게 한국말로만 설교하는 곳이 파라과이 이민사회다.
무더운 나라, 바다와 산과 호수가 없어서 관광지가 없는 나라, 휴가를 갈만한 곳이 별로 없는 나라, 사는 것도 풍족하지 못한 나라, 그렇지만 하나님은 이런 나라에 사는 한인들에게 다른 데서 가질 수 없는 다른 보배를 주셨다. 하나님은 공평하시다. 나는 이런 하나님이 좋아서 지금까지 파라과이에서 사역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