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위에 세운 '하나의 십자가'

[ 특집 ] 3. WCC에 대한 이해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1월 19일(목) 10:08
2013년 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됨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다양한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WCC와 총회 유치 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총회 유치의 의미,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시각,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기고를 11월 한달간 게재한다.

WCC(World Council of Churches)는 개신교와 정교회를 대표하는 1백10여 개 국의 3백49개 교단이 회원으로 있는 가장 포괄적인 교회연합체이다. 1910년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World Missionary Conference)에서 본격 태동하였으며, 그 결과 1920년대에 국제선교협의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1921), 생활과 실천회의(Life and Work, 1925), 신앙과 직제회의(Faith and Order, 1927) 등 WCC의 전신이 되는 주요 기구들이 결성되었다.

이에 있어 후자의 두 회의가 합쳐져, 1948년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1차 WCC 총회가 열리게 된다. 당시엔 1백50여 개 교단교회들이 참석하였다. 1961년 뉴델리에서 열렸던 3차 WCC 총회에서 국제선교협의회(IMC)가 WCC로 병합되었다. 1968년엔 세계기독교교육협의회(World Council of Christian Education)가 병합된 바 있다. 이상과 같이 WCC는 네 개의 주요한 국제기구들이 연합되어 구성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WCC의 기본 조직
총회와 중앙위원회, 그리고 총무 산하의 본부 조직이 기본 구조로 되어 있다. 이전엔 본부 조직이 세 개의 사업부로 구성되었다. 신앙과 증언, 정의와 봉사, 교육과 갱신의 세 사업부(Program Unit)이다. 각 사업부에는 위원회(Commission)와 소분과(Subunit)들이 있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그러한 WCC의 구조가 대폭 변경되었다.

총회는 6, 7, 8년 만에 개최되었으나, 최근에는 7년 만에 모이고 있다. 2013년 제10차 총회는 한국의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정기적인 중앙위원회는 보통 1년여 만에 개최되어왔다. 중앙위원회는 대개 제네바에서 많이 열렸지만, 다른 지역에서 열린 적도 적지 않다. 본부 조직은 크게 세 기구로 나눠진다. 자문기구(Consultative Bodies), 연결 기구(Joint Bodies), 프로그램과 관리(Programmes and Management)의 세 기구이다.

자문 기구엔 신앙과 직제위원회,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국제문제에 대한 교회들의 위원회, 교육과 에큐메니칼 형성위원회, 청소년위원회가 있다. 이에 있어 신앙과 직제위원회는 이전의 신앙과 직제회의의 후신이며,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는 국제선교협의회의 후신이고, 국제문제에 대한 교회들의 위원회는 이전의 생활과 사업회의 후신이라 할 수 있다. 교육과 에큐메니칼 형성위원회는 이전의 세계기독교교육협의회(World Council of Christian Education)와 연관된다. 이와 같이 현 WCC 조직 속엔 이전 네 개의 조직들이 병합되어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WCC 총무는 특히 '프로그램과 관리'(Programmes and Management)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7개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의 일엔 재정과 인력 그리고 시설의 관리들이 포함된다.

WCC의 세 가지 중점사역
WCC는 크게 세 가지의 일에 관심을 둔다. 교회일치운동, 세계선교, 그리고 사회참여로서의 JPIC 운동이다. 교회를 하나로 하여 세계선교의 효율을 높이고,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기구가 WCC이다.

첫째, '신앙과 직제 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교회일치운동(ecumenical movement)이 그 하나로서 우리는 그 운동의 모토를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in Diversity)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각 교파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WCC의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1982년 페루의 리마에서 만들어진 BEM 문서를 들 수 있다.

둘째, '세계선교와 전도 위원회'(CWME)가 중심이 되어 펼치는 선교의 사역이 중요하다. WCC는 선교를 위해 1952년 빌링겐에서 열린 세계선교협의회에서 주창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개념을 꾸준히 발전시켜 온 바 있다.

세 번째, WCC는 교회와 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참여운동을 펼쳐 왔는 바, 그러한 노력들이 모아져 JPSS(Just, Partici-patory and Sustainable Society) 또는 JPIC(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라는 개념을 배태케 하였다.

 정의는 가난과 분배의 문제, 평화는 전쟁과 폭력의 문제, 창조의 보전의 환경문제를 각각 다룬다. 환경문제의 최근 주요 이슈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climate change)이다.
제10차 부산 총회의 주제는 내년 초에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여러 아젠다들을 생각해 보면서, 2013년 총회(Assembly)의 주제를 '영성을 통한 사회변혁'(Social Transformation through Christian Spirituality)으로 하는 것을 추천해본다.

WCC 신학은 두 기둥사이에서 고심해 왔다. 그 하나의 기둥은 교회의 정체성이며, 다른 하나는 교회의 사회참여로서, WCC는 매 회의에서 이러한 보수와 진보의 양면성을 강조하여 왔다. 곧 복음과 영성을 말하면서도 사회참여에 무심하지 않는 교회가 되는 것을 WCC는 계속적으로 언급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두 흐름을 이제 통전적인 견지에서 깊이 있게 정리할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WCC 총회유치에 즈음하여 WCC가 종교다원주의 및 사회복음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었다.

기실 WCC는 여러 교단들의 모임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내재해 있다. 보수적인 목소리도 있으며 진보적인 발언도 있다. WCC의 신학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회원교단의 신학적 작업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나름의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온 교회로, 그러한 보수적 입장이 WCC에 크게 공헌하리라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세계 공헌의 장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세계교회의 신학을 이끌고 가는 교회로 성숙되길 기대해본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계교회 속에서 막내 동생과 같은 태도를 취해선 안 될 것이다. WCC 전통 중에 있는 긍정적 신학들을 정제하여, 복음주의적인 견지에서 이 운동을 새롭게 발전시키길 소망한다.


노영상/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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