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잘 합시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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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3일(금) 17:03

이명동/목사 ㆍ 의선교회


사람은 살아가다보면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사과를 잘 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다"라고 하였다. 잘못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문제는 누구나 잘못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못을 고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한 마음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야 사과할 수 있고 잘못을 고칠 수 있다. 따라서 잘못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일을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잘 처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잘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회피하거나 부인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며 고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것 같은데 잘못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사회가 시끄럽고 어두운 것 같다.

사과는 줄의 매듭을 푸는 것과 같다. 매듭을 풀지 않고 줄을 사용하게 되면 계속해서 꼬이게 된다. 처음 꼬인 매듭은 풀기 쉽지만 방치하게 되면 꼬인 매듭 부분이 견고해지게 되어 풀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꼬인 것은 빨리 풀어야 한다. 꼬인 줄을 사용하면 더욱 꼬이게 되고 심하면 줄을 못 쓰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간의 다툼의 매듭은 사과로 풀 수 있다. 사과를 미루게 되면 매듭 부분이 견고해져서 나중에는 사과해도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과하지 않은 채 생활하다보면 둘 관계는 더 꼬이게 된다. 심해지면 아주 풀 수 없는 관계가 될 수 있다. 목양하다보면 사과를 잘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 어려움은 단지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어려움이 되기 때문에 참으로 안타깝다.

사과를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과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사과방법을 몰라서 주저하다보면 시간이 흐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리게 되어 영영 사과하지 못하게 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사과컨설팅 회사가 있다고 한다.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사과를 못하거나 잘못함으로 인해서 오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생겨난 회사라고 한다. 사과컨설팅 회사는 사과를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서 연습시킨다고 한다.

필자의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부모에게 잘못을 사과한 적이 있었다. 아들은 사과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동안 침묵하였다. 그런 시간은 아들에게도 필자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필자는 아들이 사과하는데 용기를 잃지 않도록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말해주었다. 잠시 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난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아들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필자는 그런 아들을 칭찬하면서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들은 그렇게 쉽게 사과하지 못했지만 진정으로 사과했기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 부모에게 사과할 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딸은 어릴 때 사과를 빨리했다. 눈물이 날 시간도 필요없이 잘못을 빨리 사과했다. 그런 사과는 또 하나의 공격과 같았다. 그럴 때도 부모에게는 인내가 필요했다. 필자는 애정을 가지고 딸에게 진정성이 있는 사과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쳤다. 잠시 후, 딸의 상기된 얼굴이 필자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딸이 깊은 사과를 한 것이다. 사과의 의미를 알게 된 딸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부모에게 사과할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사과는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늦는 것 또한 좋지 않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과를 받는 사람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 뿐이다. 또한 사과가 변명이나 또 다른 시비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과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간결하고 담백하게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사과를 자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잘 할 필요는 있다. 특히 목사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목사가 사과를 자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과를 잘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사과는 건강한 목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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