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어 감사"

[ 교단 ] 농부 이인수목사가 전하는 감사의 조건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09년 11월 12일(목) 14:43
   
▲ 농부 이인수목사가 맞이하는 이번 추수감사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일을 하다가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이 목사.
"추수할 때 곡식과 채소를 한아름 안으면 일할 때의 힘들었던 기억들은 싹 사라지고 기쁨만 남죠. 농사를 짓다보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한치의 빈틈이나 오차가 없다는 것을 피부로 깨닫게 됩니다. 농사를 직접 지어서 그런지 추수감사절에는 눈물이 흐를정도로 큰 기쁨과 감사가 마음 속에 깃듭니다."
 
충청노회 베다니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인수목사의 또 다른 직업은 농부다. 교회 옆 8264.5㎡의 땅에 밭을 일궈 고구마, 고추, 참깨, 들깨, 기장, 마늘, 양파, 쌈채소 등 20~30가지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이 목사는 농사를 짓는 경험을 통해서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피부 깊숙히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다고 흔히 말은 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런 하나님을 경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사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농사의 첫 걸음을 내디는 순간부터 자연의 회복, 치유능력을 보면서 하나님의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아마 농사를 짓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말씀 준비만 했다면 이런 하나님의 능력을 생생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체험은 설교에도 영향을 미쳐 확신이 깃든 설교를 하게 됩니다."
 
이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베다니교회는 전형적인 농촌교회다. 교인들의 평균 연령은 76세. 만 15년 시무하는 동안 교인이 두배 성장했다지만 24명에 불구하고 교회에서 이 목사에게 줄 수 있는 사례비도 월 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농산물을 판 돈 없이는 목회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농사는 이 목사에게 '목회' 그 자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목사의 삶에는 감사가 넘친다. 목회를 하며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하나님의 마음을 피부 깊숙히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기쁨은 모든 고생과 어려움을 상쇄시키고 남는 그야말로 '엄청난 기쁨'이라는 것이 이 목사의 고백이다.
 
"농촌목회를 하면서 농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농촌교회는 정착지가 아니라 정류장 정도로 생각하곤 하는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이곳에 정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 방법이 주민들과 하나되고, 주민들과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이유를 묻자 되돌아온 이 목사의 대답이다.
 
   
▲ 밭을 일구고 있는 이인수목사.

이 목사는 농사에서도 하나님의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부터 유기농산물을 재배해오던 이 목사는 3년전부터는 '예술자연농'이라는 이름의 농법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예술자연농'이란 농약, 비료는 물론 퇴비, 미생물, 효소조차도 투여하지 않아 토양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자연 그대로의 완전 무투입 농법. 이 목사는 이 농법을 시도하면서 자연의 엄청난 회복, 치유능력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하나님의 완벽한 능력을 체험하게 됐다고.
 
이 목사에게 농사를 짓는 시간은 단순히 일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기도와 함께 가족과 교인, 지역사회, 해외선교사,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오후에 호미를 쥘 힘조차 없이 지칠 때면 주변이 떠나가도록 크게 찬송도 부른다. 그러면 다시 힘이 솟고 하나님 사랑에 감격해 눈물도 흐른다. 이때 흐르는 눈물은 땀인지 눈물인지 본인도 구별이 안갈 때가 있단다.
 
일과가 끝날 무렵인 오후 6시에는 이 목사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이 목사는 모든 농기구를 놓고 자연, 이웃, 교인에 대한 축복의 기도를 드린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비가 쏟아져도 이 기도는 한다고. 나의 삶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고백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목사에게 농사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그는 주저함 없이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처음 싹이 트는 것 보면 너무 보잘 것 없습니다. 이런 미약한 싹이 잘 자라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믿고 기다리면 작물은 튼튼하게 잘 자랍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어린아이와 풀은 잡아당겨도 자라지 않는다'는 말처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기다림이 필수인 것 같아요.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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