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회장 선거를 보고

[ 연재 ] 특별기고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1월 11일(수) 16:28


1백20년의 역사와 전통 속에 복음과 사랑 그리고 헌신으로 3백만성도와 7천여 교회를 세우고 7개의 직영신학대학을 거느리며 많은 병원과 대학 그리고 중, 고등학교를 관장하는 놀라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우리교단은 명실상부한 장자교단으로서의 명성에 추호도 손색이 없는 자랑스러운 교단이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현대 문명 속에서도 유일하게 우리만이 고집하는 것 하나가 있다. 그것은 비민주적 요소로도 치부되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속박하는 선거제도이다. 즉 부총회장 선거를 말한다. 이 제도는 옛 농경사회 속에서 친화를 도모하고 화평과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뜻 깊은 의미로서 지역별 순환제 출마제도를 채택하였는데 이 제도를 오늘 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실현하는 사회에서 계속 고수하며 유지하는 자체를 신앙적으로나 일반적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제도라고 본다. 왜 이 제도를 고수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도 해보았다. 아마도 여기에는 지역이기주의와 개인들의 욕심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선거는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기본적 천부적 권리인데 유독 부총회장만 지역별 순환제를 고집하니 이러한 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으며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 한번쯤은 고려해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과 같은 제도를 계속 고집한다면 교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지고 올 뿐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어떻게 기록할까 두렵다.
 
교회는 민주제도의 초석이요 요람이었다. 지금쯤은 순환제도를 개정할 때가 왔다. 총회는 과감히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연구하여 다음 총회 때 보고하였으면 한다. 우리가 총회 때마다 느끼고 겪는 일이지만 서울에 계시면 아직 노회장 차례도 아니올 분이 지역에서 조금 성장하였다고 겁 없이 출마하는가 하면 여건이 부족함에도 준비 없이 곁에 충동꾼들에 의해 출마하는 모습도 본다.
 
선거 때마다 들려오는 추잡한 소리도 이제는 듣기조차 싫다. 국민의 대표들도 선거부정으로 1백만원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 상실하는데 가장 바르고 옳은 길을 인도하며 윤리적 허물이 없어야할 목사들이 추한 꼴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후보 등록금만 해도 단독 5천만원 2인 이상 3천만원을 입금해야 하는데 이 돈은 목회자로서 큰돈이다. 이 많은 현금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 몇이나 되겠는가? 차용하지 않으면 교회의 헌금일 수밖에 없다. 그밖에 선거자금은 얼마나 들겠는가? 수억원이다. 이렇게 쓰고도 낙선하면 재정적 손실이 개인뿐 아니라 교회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므로 차라리 지역대회 제도를 마련하여 꼭 총회장 하고 싶은 분들은 지역별 총회장이라도 한번 하면 어떠할까 한다.
 
현행 제도로 당선된 총회장님들도 내가 이 자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나 생각하면 후회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당선된다 해도 모든 분들이 존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돈과 인맥과 조직으로 되었기에 그렇다. 옛 우리 선배 증경 총회장님들은 인격과 믿음과 모든 분야에 귀감이 되어 추대형식으로(물론 투표는 했지만) 당선되었기에 지금껏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다.
 
60년대 후반부터 경쟁자가 수없이 나타나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추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순환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추잡한 선거꾼들과 자격미달 인물들이 우리 총회를 더럽히고 추태만 만발하겠으니 이제는 교회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교회를 돌아보자. 모든면에서 얼마나 많은 개혁이 있었는가? 우리도 감리교와 같이 지방을 대표하는 총회장과 총회를 대표하는 대표 총회장 제도는 어떠할지, 대표 총회장은 교회를 휴무하고 4년 전임제로 하며 연임할 수 없는 방법은 어떠할지 진지하게 연구하기를 바란다. 이것만이 우리교단의 선거 난맥상을 막는 길이다.
 
금년 제94회 총회에서 처음 실시하는 장로 부총회장 선거는 아주 민망하기 짝이 없다. 첫 번째 선거인데 과반수 미달로 낙마를 시켰으니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와 추천한 노회는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까!
 
옛날 우리 총회에 숭실대학 이사장과 학장 그리고 총회 회계를 여러 해 지내신 장로님이 계셨다. 이분은 인격적으로나 믿음의 행위나 품위가 흠잡을 데가 없는 분이여서 목사님들도 그분을 총회장으로 추대코자 여러 번 권유를 드렸다. 그러나 그 장로님은 끝내 사양하셨다. 총회장 직은 목사님들이 하시고 우리는 뒤에서 보필할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좋은 총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금 영 균
서울서노회 공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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