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카페, 이렇게 운영하세요

[ 문화 ] 지역사회 소통 매개체 활용, 문화경험 대체공간 역할 중요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09년 11월 10일(화) 14:56
교회의 카페 운영이 늘고 있다. 총회 문화법인(이사장:이광선)이 문화사역을 활발하게 하는 20개 교회를 대상으로 최근 사역 실태를 파악한 결과, 18개 교회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숫적 증가는 교회가 카페라는 공간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보이는지 반증하는 것. 실제로 교회 내 남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한켠에 꾸며지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교회를 리모델링하거나 새롭게 건축할 때 카페를 설계 영역에 필수적으로 포함시킬 정도.
 
그렇다면 교회는 카페를 어떤 목적으로, 또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교인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교회 카페를 연구해 온 문화사역 전문가들은 "교회가 교인들의 친교 공간 확보와 전도 등을 목적으로 카페를 시작하지만 운영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닌 탓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열린 공간으로서의 이미지 보다는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형태로 카페를 운영하는 교회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30일 문화법인 주관으로 '교회 카페의 창조적 운영'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문화사역 전문가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카페를 적극 활용할 것"을 공통적으로 제안했다.
 
최은호목사(문화법인 사무국장)는 "교회 카페를 소통과 만남의 공간으로 세팅하라"고 조언했다. 최 목사는 "교회 카페는 하루종일 커피 한잔 시켜놓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어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공간이어야 한다"면서, 이를 '동네 사랑방' 역할로서의 카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교회 카페들이 '받아들여짐'의 공간 역할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회가 복음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지역사회가 수용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수도권 일대에서 8곳의 커피전문점 '커피밀'을 운영하고 있는 윤선주목사(디딤돌교회)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관계 속에서 교회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유대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 간의 친밀한 교류와 유대감 형성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삼청동의 명소로, 삼청감리교회(문희수목사 시무)가 운영하는 카페 '엔'은 설계부터 지역사회의 '쉼터' 개념이었다. 교회와 길의 경계였던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 누구나 앉아 쉴 수 있도록 파라솔과 벤치를 놓았다.
 
삼청감리교회 문희수목사는 이를 "담을 허물고 쉼을 지었다"고 표현했다. 문 목사는 "교회가 경계를 흐리고 우리만의 공간이 아니길 거부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카페를 문화경험의 장으로 만드는 것도 지역주민들을 불러모으는 팁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삼덕교회(김태범목사 시무)가 운영하는 카페 '도시의 광야'. 이 카페는 자타공인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 카페에 가면 재즈나 클래식의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작은 오케스트라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이나 청년 행사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다.
 
문화사역 전문가들은 또한 교회의 존재목적을 생각하며, 사회적 가치 추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가치 추구로 전문가들은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민들의 고된 노동에 비해 대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가는 커피를 대표적인 불공정 상품으로 보고, 남미와 아프리카 등 현지 커피생산자협동조합에서 구매한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커피밀' 대표 윤선주목사는 "공정무역 커피는 커피 생산자들의 권익 향상과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는 커피를 말한다"면서, "교회 카페야말로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교회니까 저렴한 커피를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최고의 품질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생두 구매부터 운송, 보관, 선별, 가공, 포장,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최상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라는 것.
 
카페 '도시의 광야' 책임자 황예레미야목사는 "케익과 커피 맛을 잊지 못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최고의 맛과 향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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