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개최, 東北亞 '복음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길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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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06일(금) 10:03

탁지일교수/  부산장신대ㆍ교회사


'WCC 총회의 부산 유치'를 환영하는 본 교단과 '부산에서의 WCC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고신과 합동 교단의 입장이 부산지역에서 살아가는 본 교단 소속 신앙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전국적으로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인 부산지역은 고신, 통합, 합동 교단에 의해 삼분된 지역이다. 다른 지역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교회사적, 신학적, 지역적 긴장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부산지역에 위치한 통합 측 신학교 교수로서 필자는 부산에서의 WCC 총회 개최를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우리 지역의 연합활동은 고신과 합동 교단을 제외하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단문제와 외국인이주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단문제를 강의하기 위해 합동과 고신 심지어는 재건 교단의 초청을 받고 함께 연대하여 이단대처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WCC 총회 부산 유치에 대한 교단별 이견과 긴장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한국교회를 어지럽히는 이단대처에는 교단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이단대처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근의 고신 측 교회에서 외국인이주근로자들을 위한 영어목회를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러한 교단 간의 입장 차가 고민스럽기만 하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 인종, 문화, 언어가 다른 우리의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초교파적인 '연합선교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필자는 본 교단의 목회자와 신학자로서 총회의 입장을 순종하며 따르기 위해 이단대처활동과 외국인이주자선교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필자의 사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본 교단의 WCC 개최 준비에 소극적으로 참여해야 할까?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부산총회 유치를 둘러싼 교단들 간의 이견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부산이 복음화율이 가장 저조하고 수많은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생겨난 영적전쟁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한말 복음의 씨앗이 가장 먼저 떨어진 은혜의 땅이다. 조선을 처음 찾은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의 첫 선교사들이 그들의 첫 발을 내딛은 곳이 부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주, 제주와 함께 교파 간 연합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 부산이다. 고신, 통합, 합동 교단이 힘을 합쳐 1907년 대부흥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훌륭히 치렀고, 얼마 전에는 공교육에 침투하는 단월드의 활동을 모든 교단들이 연합하여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비록 구한말처럼 여전히 부산은 서울로 가는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선교사들은 서울로 가기 위해 부산에 잠시 머물렀고, 동북아물류중심이라고 부르지만 여전히 부산은 서울로 가는 경유지며, 수많은 영화인들이 모여 부산에서 영화축제를 성대하게 열지만 '축제가 끝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WCC 총회의 부산 개최를 위해서는 고신과 합동 교단의 협조가 절실하다. 두 교단의 이해와 협조를 얻기 위해 총회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연합의 기초 위에 WCC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될 때만이, 부산은 '영원한 경유지'가 아닌, 진정한 동북아 '복음화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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