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미페'를 시작하다

[ 디아스포라리포트 ] '두바이한인교회'편…<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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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06일(금) 09:57
신철범목사/아랍에미리트 선교사ㆍ두바이한인교회

"선교사 자녀들은 한국 아이도 아니고 우간다의 아이도 아니고 선교사 자녀들이 모일 때, 그들의 정체성을 느낀다." 6년 전이던가, 현재 MK NEST 대표로 사역하시는 백인숙 교수님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중선협(중동 선교사 협의회) 대회에서 선교사 자녀(MK)들에 대한 강의 중 하신 말씀이다. 그때 백교수님의 말씀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중동 이슬람권 허브 도시라는 두바이에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십수 년 전부터 신학교와 교회 사역을 하시는 안종렬 선교사님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선교 현장을 방문한 후, 안선교사님의 아들인 하림(당시 초등학생)이에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좋아하는 식당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냥 집으로 갈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선교사님을 쳐다보았다. "선교사님, 오랜만에 하는 외식일텐데, 왜 하림이가 집으로 가겠다고 합니까?" "목사님, 이곳은 비록 부룬디의 수도이지만, 갈만한 쇼핑몰도, 갈만한 식당도 없습니다" 부룬디의 수도 부줌부라(Bujumbura)는 정말 그랬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한 곳이 없었다. 집 밖에는!

   
▲ 2007년 열린'두미페' 청소년부인'유스 코스타팀'의 모습.

P국을 방문하여 사역지를 둘러본 후, 모 선교사님 가정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날 밤, 선교사님과 사모님이 밤을 맞도록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선교지에서 두텁게 쌓여있는 마음의 상처와 고통의 흔적들을 밤새 눈물로 끄집어내었다. 나는 밤새 아무소리 못하고 그 신음소리를 들어주어야 했다.

이것이 선교사님과 그 가족 모두를 초청하는 '두ㆍ미ㆍ페'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다. '두미페'는 '두바이 미션 페스티벌'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두미페에는 이슬람 국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을 가족 단위로 초청하여 선교사들과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진행한다. 중앙아시아 우측 끝(키르기스스탄)에서 서부 아프리카 좌측 끝(코트디부아르)까지, 발칸 반도 위쪽(알바니아)에서 아프리카 남단 (모잠비크)까지, 수십 개 국에서 모여든다.

일단 두미페가 시작되면 선교사님 부부들은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행복한 부부학교, 내적치유 등의 다양한 가족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부부간의 갈등과 문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자녀들을 위해서는 그들만의 공간,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준다. 오랜만에 공감대가 일치하는 친구들을 만난 선교사 자녀들은 하루만 지나도 친형제 자매처럼 가까워진다. 두미페 동안 우리 교회 모든 교인들은 온 맘과 정성을 다해 섬긴다. 마치 친정집에 돌아온 것처럼 그분들은 영적으로 육적으로 쉼과 안식을 누리며 가정이 회복되고 재충전되어 다시 선교지로 돌아간다. 두미페를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갈 때마다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가는 선교사와 보내는 선교사가 하나 되어 하나님께 감사하며 다시 첫사랑을 회복하여 돌아간다.

이슬람 국가의 땅들은 대부분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뜨거운 사막이거나 황량한 광야이다. 메마른 땅만큼이나 이슬람 국가는 복음의 불모지대이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물이 없다고 부르짖었던 것처럼, 하갈이 광야에서 절규했던 것처럼 당연히 이슬람권 선교사님들의 가정에는 다른 사역지와 구별되는 영적인 목마름이 있다.

그분들에게는 영적인 오아시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두미페는 그 오아시스가 되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 두바이한인교회는 두미페에서 회복된 선교사님들이 복음의 불모지대로 돌아가 사역할 때 그분들의 사역을 위한 발판이 되고자 기도해왔다. 우리는 두미페의 무대만 만들어줄 뿐 주인공은 선교사님들이다. 선교사님들이 지치고 힘들 때, 사역하다가 열매가 없어 탄식이 나올 때, 이슬람의 벽 때문에 좌절할 때, 사역이 더욱 힘차게 펼쳐져야 할 때,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사랑의 수고'를 그분들의 발판으로 쓰시기를 원한다.

두미페를 마치고 선교지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선교사님 자녀가 옆에 있던 선교사님께 질문했다. "선교사님 내년에도 두미페 오실꺼죠? 우리는 또 올 건대"(누가 초청한 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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