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해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1월 05일(목) 11:22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국내에 약 2백명으로 단백질을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통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에 뇌나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하나로마트 서울영업팀 팀장인 윤창민 부장은 페닐케톤뇨증을 앓고 있는 다섯 살 난 딸이 있다. 딸이 자라면서 우리나라에는 환자를 위한 저단백즉석밥이 없어 일본의 것을 구해 먹었지만 비싸기도 하거니와 아이에게 잘 맞지 않아 아이가 힘들어했다. 윤부장은 CJ제일제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 질병을 소개했고 환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줄 수 없겠는가 부탁을 했다. CJ제일제당 김진수 대표는 즉석에서 제품개발을 결정하고 7개월간의 연구와 약 8억원의 제품 개발비를 들여 이달부터 생산이 시작이 되었다. 이 제품은 제품의 제조원가수준인 1천8백원에 판매가 되는데 고객은 국내에 2백명밖에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본전이 나오지 않는 장사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제일제당에서는 "햇반의 기술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도 나누어 주며 기뻐하는 마음이 오늘의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세상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경기불안에 대한 암울한 예고가 전세계적으로 등장하는 이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 지독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기 침체 이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부예산이 삭감되고 사회복지단체들의 기부금 액수가 줄어들고 불우이웃을 돕는 손길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에 종교세를 받는 국가의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종교세를 포기하는 것이다. 종교세를 포기한다는 것은 기독교인임을 포기하는 동시에 교회에서 하는 결혼식, 장례식 등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지난주에 독일 팔츠주 총회대표들이 한국을 다녀갔는데 올해만 약 45억원 정도의 종교세 손실이 있다고 한다. 결국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선교비를 삭감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구약성경(레 19:9~10, 신 24:19~22)에서 하나님은 추수할 때에 밭모퉁이까지 악착같이 추수하지 말고 떨어진 이삭은 줍지 말라고 하신다. 또 포도밭에서도 밭에 떨어진 열매는 줍지 말라고 하신다. 그 이유는 당시의 사회적 약자인 고아, 과부, 객들이 그것을 주워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어려울수록 이웃을 더 돌아볼 줄 아는 삶, 소외되고 약자의 처지에 놓인 이웃들과 사회적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몫이다. 잘 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모두 손뼉치고 있을 때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소설가 박완서씨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온다. 우연히 목격한 마라톤 경기에서 수십 명이 골인지점을 통과하고 한참 뒤 거의 꼴찌로 들어온 선수를 보았는데 그는 불쌍한 꼴찌가 아니라 정직하고 위대한 꼴찌였다. 필자는 그를 향해 응원하면서 그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도록 박수를 보낸다. 이에 다른 사람들이 합세하여 함께 꼴찌를 향해 응원한다. 박수를 받는 꼴찌는 행복하고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는 세상은 아름답다.
 
예수님께서는 손해보며 사셨다. 손해보는 줄 알면서도 창녀와 세리를 만나셨고,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바리새인들과 대적하셨다. 예수님의 복음의 선포(kerygma)는 이웃을 향한 섬김(diakonia)과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 누구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아무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세상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살기가 어려워질수록 개인주의적, 이기주의적 생각과 행동이 만연하게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이웃을 돌보고 특별히 사회적 약자들을 격려하고 사랑으로 보듬는 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이 땅에 점점 더 풍성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정 명 철
목사ㆍ도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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